액티브 시니어 30명으로 구성된 ‘더 행복 오케스트라’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 예선에서 연주하고 있다. 더 행복 오케스트라 제공
액티브 시니어 30명으로 구성된 ‘더 행복 오케스트라’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 예선에서 연주하고 있다. 더 행복 오케스트라 제공
공연·영화업체들은 문화 소비의 한 축을 이루는 주요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50~6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15 소비자 행태 조사’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은 177만원으로 집계됐다. 30대(124만원)와 40대(136만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이들은 든든한 자산을 바탕으로 소비를 매우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이 중 문화생활에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액티브 시니어 중에서도 문화생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할머니인 ‘어반 그래니(urban granny)’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또래 지인들과 모여 브런치를 즐긴 뒤 영화나 공연을 함께 보며 멋진 하루를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공연시장에선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익숙하면서도 깊이 있는 소재와 배우들을 내세우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8월7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햄릿’에는 유인촌, 정동환, 윤석화 등 평균 나이 68세의 배우 아홉 명이 참여한다. 유인촌 씨는 “연극은 철학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본 이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50~60대가 주로 여기에 해당하는데, 그런 사람으로 가득 찬 무대에 오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계춘할망’ 등 액티브 시니어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5월 개봉한 계춘할망은 배우 윤여정 씨를 내세워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아낌없는 사랑을 그렸다. 어반 그래니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모성애를 자극하며 입소문이 난 이 영화의 누적 관객은 47만명을 넘어섰다.

시니어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자 젊은이들의 반응도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노인 이야기엔 아무 관심이 없던 20~30대가 이를 함께 즐기고 있다. 고두심, 나문희, 신구 등이 출연해 시니어의 이야기를 담담히 담아내고 있는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액티브 시니어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화제다. 배종병 tvN CP는 “이 작품의 시청자 중 30대의 비중이 다른 작품에 비해 훨씬 높은 16%에 달한다”며 “노인 콘텐츠는 무조건 안 된다는 편견을 깼더니 모든 세대를 아우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재연/김희경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