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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동물판 '내 나이가 어때서'

입력 2016-06-30 18:21:04 | 수정 2016-07-01 13:06:13 | 지면정보 2016-07-01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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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살 코끼리의 막강 리더십…90살 원숭이의 뜨거운 사랑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
앤 이니스 대그 지음 / 노승영 옮김 / 시대의창 / 348쪽 /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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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 사는 코끼리의 수명은 최고 70세에 달한다. 코끼리처럼 수명이 긴 동물들의 사회에선 연장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늙고 거대하며 경험이 풍부한 코끼리가 무리에서 최고 지도자가 된다. 위기의 순간, 나이 든 코끼리의 기억력과 지혜는 큰 힘을 발휘한다. 가뭄이 닥치면 나이가 많은 코끼리 암컷은 수십년 전에 갔던 수원지를 기억해 내 무리를 이끌고 간다. 어린 코끼리들에게 모래를 퍼내 물을 찾는 방법을 보여주고, 무리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다. 인간이 코끼리를 도살한다는 사실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에 무리가 인간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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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은 전성기가 지난 늙은 동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늙은 동물의 사회적 행동’이란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를 탐구한다. 젊은 동물의 번식에 초점을 맞춰 진화를 연구하던 기존의 관점과 달리 나이 든 동물에게서 진화의 원리를 찾는다. 진화뿐 아니라 번식, 양육, 죽음과 같은 굵직한 주제들로 집단에서 늙은 개체를 바라보는 시각, 노화가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룬다.

저자는 앤 이니스 대그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다. 그는 《기린을 찾아서: 생물학, 행동, 보전》 《기린에게 반하다: 시민과학자로서의 나의 삶》 등 동물 관련 책을 꾸준히 써왔다.

많은 동물학자는 더 이상 번식하지 않는 동물에게서 아무런 진화론적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여겼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대부분의 동료가 오래전에 죽었는데도 사고, 기근 등 자신에게 닥친 온갖 위험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늙은 동물들은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다른 동물보다 자손도 더 많이 남겨 자신의 DNA를 널리 퍼뜨리고, 훗날 자기 종의 전형이 된다는 것이다.

동물도 나이가 들고 병들면 지배력을 잃는다. 늙은 랑구르원숭이 암컷은 어린 암컷에게 먹이와 자리를 빼앗기기 일쑤다. 무리에서 쉽게 내몰리고 무시당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회생활에서 배제되면서도 수호자로서의 위상은 약해지지 않는다. 서열은 낮아지지만 무리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늙은 랑구르원숭이는 어느 나무에 열매가 달리고, 물은 어디에 있는지 등을 가장 잘 알기에 이를 전수한다. 적에게서 무리를 지키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공격적으로 적을 쫓아낸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격을 해봤자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없고 다칠 뿐이지만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열은 낮지만 무리의 이동 방향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엔 예외 없이 늙은 암컷이 앞장선다.

늙었다고 해서 후손을 돌보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활발한 생식 활동을 하고, 때론 번식에 성공하기도 한다. 개코원숭이 수컷은 사람으로 치면 9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을 한다. 유능한 어미라는 사실이 입증된 늙은 침팬지 암컷에겐 젊은 암컷보다 더 많은 수컷이 따르기도 한다.

늙은 동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이 책에 소개되는 사례가 동물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동물의 일화를 통해 인간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의 참여는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스스로 노인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나눌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며 “동물의 이야기에서 이를 위한 실마리를 얻기 바란다”고 조언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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