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대형 3사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자구노력에 동참하는 회사만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당연한 결정이다.

조선업은 구조조정을 위해 막대한 공공 재원 투입이 예고될 정도로 나라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지우고 있는 업종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감사원 감사 결과 비리 종합세트라는 게 드러났고 전 사장이 구속되는 등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기도 하다. 노사가 힘을 합쳐 통렬한 반성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약속해도 모자랄 판에 이들 3사 노조는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시점에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노동계에 끌려가던 태도에서 벗어나 대형 3사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이번이 처음이고 또 특정 산업에 행정 금융 재정상의 예외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어서 당연히 특혜로 보일 수 있다. 노동계가 특별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요구해온 데다, 여야 정치인들이 지난 5월 조선업체들을 방문했을 때 선심 쓰듯 약속한 것이어서 정치적 타협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 잘나갈 때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던 대기업들이 한계상황일 때도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일반 국민과 중소기업의 질타도 적지 않다.

그런 만큼 고용안정부터 덜컥 약속했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구조조정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아직 한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6월8일 유일호 부총리가 주재한 구조조정 회의도 조선협회 주관하에 8월까지 업계 공동컨설팅을 추진하고 그 결과에 따라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한가한 논의에 그쳤다.

이번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으로 조선업체, 사내협력업체 등 7900여 업체의 근로자들은 실업대란과 임금체불 등의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분명한 것은 이번 조치는 구조조정을 위한 대책이라는 점이다. 대형 3사 노조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