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세상에서 유일한 기술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주도권을 쥐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세상에서 유일한 기술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주도권을 쥐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벤처업계 ‘대부’로 불리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돌아왔다. 한때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을 완전히 ‘턴어라운드’시키고, 제2의 전성기를 달릴 채비를 하고 있다. 고집스럽게 ‘세계 최초의 기술 확보’에 매달린 게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황 회장은 “지난 4년간 창업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 초기 연구개발(R&D)부터 해외 시장 개척까지 모두 챙겼다”며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기술로 세계 장비업계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순이익 5배 늘듯”

황철주의 뚝심…"주성엔지니어링 순익 5배 ↑"
황 회장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수주가 계속 늘어 올해는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사업과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 모두 탄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지난 5월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에서 사퇴한 뒤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증권가(街)에선 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매출이 작년 대비 약 34% 늘어난 235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순이익은 5배 가까이 증가한 315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게 리스크”라고 증권가에서 이야기될 정도로 기대가 크다.

주성엔지니어링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것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ALD(atomic layer deposition: 원자층 증착) 장비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05년 세계 최초로 ALD 장비 양산에 나섰다. 반도체 웨이퍼에 얇고 균일한 가스막을 증착하는 역할을 하는 장비였다. 기존에 많이 쓰인 화학기상증착(CVD) 장비 대비 100분의 1 수준으로 얇은 막을 입힐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미세 공정으로 가면 ALD 장비가 주력이 될 것”이라며 황 회장이 개발을 주도했다.

혁신적 기술이었지만 업계에선 ‘너무 앞서갔다’는 평가도 들었다. 얇게 증착하는 게 가능했지만 속도가 느려 반도체 업체들이 쓰지 않을 것이란 우려였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가 그해 처음 반도체 제조 공정에 이 장비를 도입했다. 미세 공정이 진행될수록 장비 수요가 많아졌다. 지금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하는 반도체 장비 대부분을 차지한다.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도 ‘가장 앞서가는 기술’로 시장을 장악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봉지 장비가 대표적이다. OLED 디스플레이 내부에 수분, 산소 등이 침투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이 장비는 8세대 이상 대화면 OLED 제조 공정에선 주성엔지니어링이 유일하게 공급한다. 황 회장은 “과거 LCD(액정표시장치) 시절엔 일본 장비가 표준이었지만 OLED로 넘어가면서 우리 장비가 표준이 됐다”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비의 원천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일본을 제치고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는 벤처가 주도”

황 회장은 “모방경제에서 창조 경제로 넘어가는 지금과 같은 시점엔 혁신적 벤처기업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벤처 육성론’을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이 창조적 제품을 내놓으려면 조직과 문화를 다 바꿔야 하는데 덩치가 커서 당장 방향을 돌리긴 어렵다”며 “그전까진 벤처기업들이 창조적 발상으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R&D 자금 지원 등 정부의 뒷받침도 이런 벤처기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R&D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정부가 돕기보다 잘하는 벤처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창조적 발상을 하자면서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창조와 혁신을 강조하는데 창조는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잘해야 하고, 할 수 있다”며 “창조와 혁신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이고 계승하는 것은 보텀업(상향식) 방식이 맞다”고 말했다.

광주(경기)=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