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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저점' 논쟁] 정부 "경기 2013년 바닥 찍고 회복 중"…시장 "L자형 불황 지속"

입력 2016-06-30 17:32:06 | 수정 2016-07-01 03:04:41 | 지면정보 2016-07-01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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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통계청 "등락 반복하며 완만하게 경기 상승"
전문가 "성장률 등 장기적 추세는 하락세
구조조정·브렉시트 쇼크, 더 추락할 수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사이클(순환)이 사라졌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회복→확장→후퇴→수축’의 양상을 반복하는 경기 사이클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논쟁이 사그라든 지도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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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정부가 장기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순환표’를 30일 내놨다. 순환표에 따르면 한국 경기 사이클은 유럽 재정위기 직후인 2013년 3월 바닥을 찍고 완만한 회복 국면에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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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거시경제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L자형 불황’에 빠진 상태로 횡보하고 있는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구조조정 리스크 등으로 대내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 아직 경기가 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013년 3월 이후 경기 상승 국면”

통계청은 이날 “경기순환표상 지금이 속한 제11순환기의 경기 저점을 2013년 3월로 잠정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은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와 생산·소비 등 주요 경기지표, 경제성장률 등을 종합 검토해 국면이 전환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순환기를 나눈다. 제1순환기는 1차 석유파동이 있던 1972년 3월~1975년 6월이다.

제10순환기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저점에서 시작해 30개월간 경기 상승세가 지속됐다. 2011년 8월 정점 이후 19개월간 경기가 후퇴하면서 유럽 재정위기 이후인 2013년 3월 다시 저점이 형성됐다. 지금은 제11순환기의 상승기다. 문권순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2014년 세월호 사고,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으로 소비 위축과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완만하게 회복 중”이라며 “11순환기의 정점은 시간이 더 지나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이후 ‘L자형’ 침체

하지만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이라는 데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최근 몇 년 동안 악화일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경기 저점이라고 발표한 2013년 1분기 77.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해 올해 1분기 73.2%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6.5%) 이후 최저치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도 0.5%에 그치며 메르스 사태가 있던 지난해 2분기(0.4%) 이후 가장 낮은 숫자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5월 사상 최고 수준인 9.7%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경기가 상승 국면’이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사이클 양상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상승과 하강이 뚜렷하지 않은 채로 횡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경기 성장이 우상향일 때는 경기순환표가 현실과 비슷했다”며 “지금 같은 저성장 상황에선 지표상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도 현실에선 경기가 나쁘다고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인 의미에서 경기 저점을 통과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 추세가 하락하고 있어 경기지표와 현실이 괴리된다고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은 충격으로 쇼크 올 수도”

이처럼 경기가 횡보하는 원인으로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 악화와 전 세계적 경기 침체를 손꼽았다. 그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경제가 실제로는 성장하더라도 성장률 자체는 정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경기 사이클이 과거와 전혀 다른 패턴을 보여 저점을 통과했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 고점 없이 저점을 또 한번 맞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 경제가 횡보하는 상황에서 작은 충격이 발생하면 경제가 고꾸라질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중국 경제의 경착륙 및 브렉시트의 영향 등에 따라 과거처럼 제대로 된 고점 없이 또 한번 저점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우/김주완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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