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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부조리하니 사기 쳐도 된다고? 이광복 씨 장편 '황금의 후예' 출간

입력 2016-06-30 17:43:32 | 수정 2016-07-01 10:22:48 | 지면정보 2016-07-01 A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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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조 전무는 우리 사회에 양심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아. 이 엉망진창인 사회에서 무슨 양심을 찾는단 말인가. 정치하는 작자들을 보게나. 입으로는 온갖 좋은 말을 다 하면서 배신을 밥 먹듯 하잖아. 몇십 억, 몇백 억을 먹고서도 대가성이 없다느니 떡값이라느니 주접떠는 꼴을 보라구. (중략) 이 썩어빠진 사회에서 양심이니 도덕이니 어쩌구 저쩌구 떠드는 것 자체가 한갓 부질없는 잠꼬대일 뿐이야. 우리처럼 험악하게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런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니라구.”

소설가 이광복 씨(65·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사진)가 새 장편소설 《황금의 후예》(청어)를 냈다. 돈을 탐하느라 양심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현대사회의 물질 만능주의 풍조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사기꾼 집단을 이끄는 이철수는 같은 집단의 조진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자 이렇게 설득한다. 사회가 거짓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자기들도 사기를 치는 거라는 궤변이다. 도덕적 가치관이 물질에 대한 욕심 때문에 붕괴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소설은 이철수와 조진호를 포함한 사기꾼 집단이 대령으로 제대한 김대현을 상대로 사기를 칠 계획을 세우며 시작한다. 이들은 가짜 회사를 세운 뒤 김대현에게 중책을 맡아달라고 요구한다. 김대현은 당초 양심적이고 정직한 군인이었으나 사회에 나온 뒤 점차 변한다. 김대현은 자신을 극진히 대접하며 감언이설을 날리는 이철수에게 깜빡 속아 가족까지 동원해 회사에 수십억원을 투자한다.

사기꾼 집단이 ‘쇠고랑’을 찰지, 김대현이 ‘쪽박’을 찰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알 수 없다. 빠른 호흡과 극적인 전개로 읽는 내내 독자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사기꾼 집단은 작전에 성공하기 위해 조직 결속력을 다지고 사상 훈련까지 받는다. 이들이 결의를 다지는 모습은 거사를 치르는 비밀조직처럼 비장하다.

이씨는 “물질 중심의 그릇된 가치관이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 사회에는 각종 병리 현상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 작품의 서사 구조는 곧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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