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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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자산운용의 강점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다. 주식이나 채권 등 특정 자산에 특화된 경쟁업체들과 달리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대체투자와 퇴직연금펀드 부문에선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3년 반 만에 자산 76% 증가

비상장사인 KB자산운용의 기업 가치를 매기는 건 쉽지 않다. 자산운용사 중 상장에 성공한 회사가 없어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관리 자산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상품 구성이 얼마나 다양한지 등을 경쟁력의 잣대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KB자산운용은 모기업인 KB금융지주를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KB금융지주는 KB자산운용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 먼저 눈여겨볼 항목은 운용자산이다. 5월 말 기준 KB자산운용의 자산은 52조4057억원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은 업계 3위다. 하지만 성장 속도 면에선 1~2위 업체 를 능가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2012년만 해도 이 회사의 운용자산은 29조7206억원에 불과했다.

대형 운용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압도적인 덩치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현재 이 회사의 자산은 50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 48조9338억원을 기록, ‘40조원 클럽’에 가입했고, 올해에도 3조4719억원이 더 들어왔다. 3년 반 만에 수탁액이 76.3% 늘어난 셈이다.

KB자산운용의 비상을 이끈 것은 퇴직연금펀드다. 지난해 퇴직연금펀드 고객 중 37%(금액 기준)가 KB자산운용의 연금 상품을 선택, 처음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 5월 말 기준 퇴직연금펀드 운용규모는 2조381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펀드 시장(8조9000억원)의 22.1%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펀드인 ‘KB퇴직연금배당40’은 최근 5년 동안 45.3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연금펀드 중 상위 1%의 성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한 해를 제외하면 2006년 출시 이후 매년 플러스 성과를 기록했다.

채권혼합형펀드도 KB자산운용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에만 수탁액이 3조원가량 늘어났다. 저금리 시대엔 예금과 적금을 대체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먹힌다고 판단, 일찍부터 혼합형 펀드 라인업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이희권 사장은 “1980~1990년대엔 고수익·고위험 상품 투자가 옳았지만 저성장 시대엔 철저히 중위험·중수익을 노리며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며 “주식형 펀드만으론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롱숏펀드 일본 수출

상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KB자산운용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전체 자산이 주식형펀드(20%)와 채권형펀드(35%), 단기 금융상품(18%), 부동산과 대체투자자산(13%) 등으로 골고루 나눠져 있다. 한 상품군의 인기가 시들해져도 다른 상품에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구조다.

최근엔 롱쇼트펀드(공매도 전략 병행)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최초 해외공모형 롱쇼트펀드인 ‘KB한일롱숏’펀드는 2014년 2월 출시 이후 10.01%의 우수한 누적수익률을 거뒀다. 지난달에 일본 시장 수출도 성공했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일본 투자자에게 안정성을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인덱스펀드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달 말 수탁액 6611억원을 기록, 전체 인덱스펀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KB스타유로인덱스’펀드(2513억원), ‘KB스타재팬인덱스’펀드(1980억원), ‘KB스타미국S&P500인덱스’펀드(445억원) 등이 이 회사의 간판 상품이다.

매매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제도(3000만원까지 비과세)가 도입되면서 해외 인덱스펀드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1~2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인수한 현대증권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가 바로 ETF다.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한 번 구조를 짜면 운용하는 데 큰돈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ETF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려 2~3년 내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솔루션 사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KB자산운용은 계량분석과 정보기술(IT) 역량을 결합, 모든 투자자에게 ‘패밀리 오피스’ 수준의 자산배분 노하우를 전하는 것으로 솔루션 사업을 정의하고 있다. 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세계 유망 자산에 골고루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최근 출시된 ‘KB글로벌주식솔루션’펀드가 솔루션 부문의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이 상품은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해외 ETF를 편입하는 펀드다. 수수료가 저렴한 ETF를 활용하는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자산에 골고루 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