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설치된 태극기가 철거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설치된 태극기가 철거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불법 광고물 논란을 빚은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초대형 태극기가 결국 철거된다. 서울시 등 관계기관이 법 해석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롯데는 뚜렷한 법 위반 사실이 없는데도 ‘눈치껏’ 철거하는 모양새가 됐다. 지나치게 엄격한 현행 옥외광고물법도 문제로 지적된다.

롯데월드타워를 관리하는 롯데물산은 지난 25일 타워 외벽에 붙은 초대형 태극기와 ‘대한민국 만세’ 문구를 철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르면 30일께 철거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8월 초 공사 중인 타워 외벽에 가로 36m, 세로 24m 크기의 초대형 태극기를 붙였다.

하지만 지난 4월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가 ‘외벽 부착물이 옥외광고물법과 건축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서울시와 송파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 건축기획과는 같은 달 15일 롯데물산에 “허가(신고) 대상임에도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경우 정비하거나 관계법령에 의한 절차를 이행하라”는 원론적인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송파구는 롯데에 구두로 “롯데 엠블럼이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롯데물산은 지난달 8일 엠블럼을 지웠다. 그 다음날엔 서울시에 “5월 말까지 태극기를 포함한 외벽 부착물을 지 우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25일 서울시와 롯데물산에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태극기 등을 6월 말까지 유지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롯데물산이 이달 말까지 태극기를 유지하게 된 배경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옥외광고물 법령을 대폭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은 16가지 유형의 광고를 규정하고, 다른 옥외광고는 모두 불법으로 보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롯데월드 초대형 태극기도 건물 외벽에 현수막을 붙일 수 없도록 규정한 옥외광고물법 위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