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소로스…도이치은행 베팅으로 '대박'
헤지펀드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도이치뱅크 주식에 대한 ‘빅쇼트’로 85세의 고령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투자감각을 과시했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로스는 지난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찬반투표 이후 도이치뱅크 주식 폭락을 예상하고 약 1억달러에 이르는 쇼트셀링(short selling·공매도)을 했다.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할 경우 파운드화가 20% 폭락할 것이라고 미리 경고한 소로스가 파운드화에는 ‘롱(long·매수)’ 포지션을 취하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도이치뱅크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소로스는 영국의 국민투표 다음날인 24일 자신이 운영하는 소로스펀드를 통해 도이치뱅크 주식 700만주(0.51%)를 공매도했다. 이날 도이치뱅크 주식 최고가격이 주당 13.95유로(15.43달러)인 것을 감안할 때 소로스펀드의 지분 가치는 9800만유로, 약 1억800만달러에 달한다.

그의 예상대로 도이치뱅크 주가는 이날 장중 16% 폭락한 뒤 소폭 반등해 14% 하락 마감했다. 주말을 넘어 27일 개장한 뒤에도 약세를 거듭하면서 4.5% 더 떨어졌다. 브렉시트 결정 후 이틀간 도이치뱅크 주가는 23일 최고가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소로스는 평가이익이긴 하지만 불과 이틀간 베팅으로 1000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소로스펀드가 공매도한 시점의 도이치뱅크 주가가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신은 독일 금융당국에 신고된 지분 변동을 볼 때 소로스펀드가 도이치뱅크 주가가 폭락한 첫날 일부 지분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했다고 전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1992년 파운드화 공매도로 당시 1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익을 올린 소로스가 파운드화를 또다시 공격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대신 브렉시트 충격을 직접 받는 ‘종목’으로 도이치뱅크를 골라 공격한 것으로 분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도이치뱅크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런던에 거점을 둔 투자은행(IB)과 상품트레이딩 부문에서 거두고 있다.

월가에선 소로스가 브렉시트를 계기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봄 자신의 이름을 건 소로스펀드가 죽을 쑤면서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을 보이자 직접 트레이딩에 복귀한 뒤 브렉시트로 단숨에 수익률을 플러스로 돌리면서 화려한 명성을 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소로스는 복귀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가 임박했다”며 금 등 안전자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후 금값이 온스당 1300달러를 돌파하며 2년래 최고가로 치솟아 막대한 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빌리어네어닷컴에 따르면 운용자산이 45억달러에 달하는 소로스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3%로 부진한 반면 소로스가 복귀한 최근 3개월간은 3%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로스는 2011년 금융당국 규제와 감독을 피하기 위해 당시 자신이 운용하던 퀀텀펀드의 외부 투자금을 모두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자신과 일가 자산만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로 전환했다. 이후 소로스는 투자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주기적인 보고만 받으며 맨해튼 사무실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소로스의 복귀 시점만 봐도 그가 위기를 직감하고 큰돈을 벌 기회를 포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향후에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