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위 정유업체인 이데미쓰코산과 5위 쇼와셸석유 간 합병이 이데미쓰코산 오너 일가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데미쓰코산 창업자 일가 대리인은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쇼와셀석유와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기업문화와 사업전략 차이로 합병 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리인은 이데미쓰코산 오너 일가가 의결권 33.92%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업자 일가는 주총에서 10명의 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했지만 이 안건은 찬성 다수로 가결됐다. 합병 반대는 합병 후 오너일가 주식 지분이 희석되면서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데미쓰코산은 이르면 오는 9월 영국 로열더치셸에서 쇼와셸 지분 33%를 인수하고, 올 연말께 임시 주총을 열어 내년 4월 합병법인을 출범할 예정이었다.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일본 정유업계에선 1위 업체인 JX홀딩스와 도넨제너럴석유가 내년 4월 합병하기로 하는 등 업계 재편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일본 재계에서 올 들어 오너 일가가 전문경영인 경영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 지주회사인 세븐&아이홀딩스 창업자 집안의 이토 마사토시 명예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아이홀딩스 회장 겸 최고경영책임자가 추진한 인사안에 반대하고 스즈키 회장을 명예고문으로 물러나게 했다.

음식업체 오토야홀딩스도 23일 주총에서 사장 등 이사 3명의 연임을 포함한 8명의 이사 선임건에 대해 오너 일가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