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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천수답 아베노믹스

입력 2016-06-29 17:37:29 | 수정 2016-06-29 23:37:19 | 지면정보 2016-06-30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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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도쿄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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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일본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24일에는 16년 만에 최대인 8%가량 급락하더니 27일엔 2% 넘게 상승했다. 최근 변동성은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은 ‘저리 가라’다. 예상 밖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엔화가 출렁인 게 주된 이유다.

엔고(高)는 기업 실적을 끌어내려 일본 경제나 증시에 큰 부담이다. 그렇다 해도 ‘선진 증시’라던 일본의 과거 모습은 분명 아니다. 미국 9·11테러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외풍에도 펀더멘털(기초체력)만큼은 탄탄하다던 일본 증시였다. 증시는 경제의 거울이라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240조엔 쏟아부은 아베정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집권 후 ‘아베노믹스’를 제창했다. 디플레이션 탈피를 내걸고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라는 세 가지 화살을 쏘아 올렸다. 세 화살로 ‘3년 내 명목 3%대 성장’을 이루겠다는 구호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013년 4월부터 연간 최대 80조엔 규모의 돈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시중에 풀린 돈만 지난달 말 기준 240조엔(약 2700조원)이다. 한국의 7년치 예산이다.

엔화 가치는 아베 총리 집권 초기인 2012년 말 85엔대에서 작년 6월 125엔까지 떨어졌다. 엔저(低)로 상장사 순이익은 2년 연속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이 덕에 증시도 들썩였다. 작년 6월 닛케이225지수는 20,000을 넘었다. 15년 만에 최고였다. 아베 총리는 기업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 아베노믹스의 성과라고 목청을 높였다. 2013년 참의원 선거와 2014년 12월 중의원 총선도 대승으로 이끌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시노하라 나오유키 도쿄대 교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증시를 보며 “돈 풀기에만 의존하는 아베노믹스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년 4분기에는 성장률마저 뒷걸음질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IMF는 일본 정부에 성장전략 실현을 위해 구조개혁을 서두를 것을 충고했다.

돈 잔치 속 구조개혁은 뒷전

구로다 총재의 ‘돈 잔치’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이란 ‘멍석’이 있어 가능했다. 일본은행이 돈을 푸는 동안 경기가 좋아진 미국이 출구전략에 들어가면서 엔저를 부채질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엔저와 주가 상승에 도취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뻔한 구조개혁은 뒷전으로 미뤘다. 3년 전 첫 성장전략을 통해 밝혔던 임금·노동·농업개혁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일본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골든타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늦춰지고 브렉시트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엔화 가치는 올해만 20%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3년여간 하락폭의 3분의 2를 되돌림했다. 아베노믹스는 해외 변수에 따라 출렁이는 엔화만 바라보는 천수답 신세로 전락했다.

일본 경제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던져줬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딛고 초고속 성장을 이뤄낸 일본은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성공 모델이었고, 장기불황에 빠져 허우적거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타산지석이었다. 이제 하나 더 생겼다.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분명한 것은 돈만 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일본은 보여주고 있다.

서정환 도쿄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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