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철 인터로조 대표가 시력을 교정해 주고 눈동자에 색을 더해주는 컬러렌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노시철 인터로조 대표가 시력을 교정해 주고 눈동자에 색을 더해주는 컬러렌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기술 집약적이고, 수요가 점차 늘어나며, 대기업에 종속적이지 않은 사업은 없을까.”

46세 늦은 나이에 창업에 도전한 노시철 인터로조 대표는 세 가지 조건에 맞는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신개념 백미러 등 주변 사람들의 추천도 받았지만 마뜩잖았다. 어느 날 친한 회계사가 콘택트렌즈 사업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줬다. 마침 국내 한 중소 콘택트렌즈 회사가 도산하면서 기술진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콘택트렌즈는 기술장벽이 높고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계속 커질 게 분명했다. 처음 마음먹었던 세 가지 조건에도 꼭 들어맞았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그가 설립한 인터로조는 글로벌 콘택트렌즈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국내 2위 업체로 우뚝

"바슈롬 제친 클라렌, 세계 5대 콘택트렌즈 될 것"
서울 여의도동 인터로조 서울사무소에서 29일 만난 노 대표는 “지난해 바슈롬을 제치고 아큐브에 이어 국내 시장 2위에 올랐다”며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큐브 바슈롬 알콘 쿠퍼비전 등 4대 글로벌 회사의 틈바구니에서 이룬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인터로조는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 12%를 차지했다.

인터로조는 콘택트렌즈 전문기업이다. 여성 아이돌 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모델인 콘택트렌즈 브랜드 ‘클라렌’으로 알려진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 늘어난 5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63억원으로 이익률이 27.3%에 달한다.

인터로조가 처음부터 성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대우실업을 나와 주방용품 수출업을 하던 노 대표는 2000년 인터로조를 세웠다. ‘직접 만든 제품을 팔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 수출업을 하면서 모은 수십억원을 제품 개발에 투자했다. 1년여 만에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판매는 생각한 것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노 대표는 “대우에서 해외영업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 팔아보기로 했다”며 “전시회에 부스를 차릴 돈이 없어 아는 업체에 책상 하나 빌려서 제품을 알렸다”고 했다.

◆수출 비중이 매출의 53%

인터로조의 제품을 먼저 알아본 곳은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이었다. 콘택트렌즈는 의료기기이지만, 유럽은 상대적으로 인증이 덜 까다롭다. 이들 나라는 드러그스토어(의약품을 파는 편의점)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콘택트렌즈를 판매한다. 노 대표는 “유통채널이 다양하다 보니 시장을 확대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의 53.8%를 해외에서 달성했다.

연구개발(R&D)도 강화했다. 소프트 콘택트렌즈는 착용했을 때 눈에 산소가 들어오는 정도인 ‘산소투과율’과 눈물이 마르지 않는 ‘습윤성’을 높이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0.06~0.08㎜의 얇은 두께로 렌즈를 디자인하는 독자적인 기술도 필요하다. 노 대표는 창업 초기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연구진에 지분의 절반을 나눠줬다. R&D 투자도 꾸준하다. 매년 매출의 10%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일회용 시장 선제 투자 ‘적중’

인터로조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제품을 내놓고 있다. 201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것도 신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일회용 소프트렌즈 공장 설립에 투자했다. 노 대표는 “미세먼지 등 환경 변화 탓에 6개월에서 1년가량 착용하는 일반 렌즈보다 일회용 렌즈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미용 렌즈 시장이 커지면서 일회용 컬러렌즈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인터로조의 일회용 렌즈 매출 비중은 절반을 넘어선다.

인터로조는 2020년 수출 1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세계 5대 콘택트렌즈 업체로 도약하는 게 노 대표의 포부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눈물로 혈당 등을 측정하는 스마트 렌즈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노 대표는 “최고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제공해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며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도록 역량을 더 키우겠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