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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얽히고설킨 법의 그물망

입력 2016-06-28 17:42:42 | 수정 2016-06-29 00:11:05 | 지면정보 2016-06-29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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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없이 양산되는 토막 법안들
이념 실천은커녕 일상만 옥죌 뿐
법전의 두께보다 질을 생각해야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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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요 정당의 당헌에 표현된 개념적 용어는 자유, 민주, 정의, 복지, 평화통일 등이다. 이념적 지평에 따라 강조하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열거하는 핵심 용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에게 그런 이념을 추구하는 정당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인간 세상의 이해와 자유·정의 등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구체적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런 용어들은 ‘인간 사이’를 떠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정당들은 표방하는 이념 실천을 위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이 개인과 사회를 위한 이념을 표방하고 실천하는 것은 정당은 물론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당들이 추구하는 그런 이념은 직접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따라서 이념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다가갈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을 모색하며, 정책이 적절한 경로를 통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를 함께 가져야 한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에는 사안에 따라 아무런 정책도 시행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손 떼기’ 정책을 다수 포함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 증진을 위한 경우에는 소유의 안정성을 중간 목표로 삼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종 사유재산 제도를 정비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는 것이다. 또 재산으로 말미암은 개인들 간의 갈등이 줄어들었는지, 기업들의 선택 폭이 확장됐는지를 지표로 살펴보는 것이다.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라는 중간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물론 무엇을 적극적으로 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국회의원이나 관료들은 물론 경제학자들도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런 검토를 하고 나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윤곽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다. 즉 어떤 법들을 폐기해야 하고 어떤 법들을 도입해야 하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 결과 작은 정부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든지, 아니면 크고 강력한 정부가 대안이라든지, 그 방향이 무엇이든 일관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가능해질 것이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 법률안 발의 건수는 400건을 넘는다. 대부분이 각 정당의 이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알 수 없는 토막 법안들이다. 국회의원들은 법안을 두서없이 토막토막 발의할 것이 아니라 소속 정당의 이념을 표방하는 당헌에 입각해 새로운 법의 도입과 기존 법의 유지 및 폐기 등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서로 충돌하는 법안도 제출되지 않을 것이다. 법 도입의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개정안도 제출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법은 물론 기존 법의 도입 취지와 배경, 변천 과정과 결과 등을 분석할 수 있는 국회 차원의 평가단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출범한 국회의 경제재정연구포럼이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은 얽히고설킨 법의 그물망 아래에서는 결코 윤택해지지 않는다. 법의 존재 이유는 수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하지 않아야 할 행동들을 일반적이고 추상적이며 확실하게 적시하는 데 있다.

인류가 언제 어디서나 당면한 과제는 인간과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이다. 그런 과제의 해결을 위해 20대 국회는 부지런히 일하면서 법을 양산하는 국회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수준 높은 국회가 되기 바란다. 법전이 두꺼워질수록 사회가 바로 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뿐이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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