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미국 용인 없으면 일본 시장개입 효과 없어"
“미국이 용인하지 않는 외환시장 개입은 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다.”

‘미스터 엔’으로 통하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75·전 재무성 차관·사진)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 가능성을 낮게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엔화 가치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소식이 전해진 지난 24일 장중 달러당 99엔까지 치솟은 뒤 이날 102엔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도쿄 아카사카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난 사카키바라 교수는 “1995년 엔고(高)를 막기 위해 직접 시장개입을 해 봐서 안다”며 “시장개입에는 미국의 용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엔화 가치가 100엔을 넘어설지 말지 하는 수준에서는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을 넘어 90엔에 가까워져야 개입 명분을 얻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 정부만의 단독개입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외환시장에 미국과 일본이 암묵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단언했다. 일시적으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릴 순 있지만 글로벌 자금의 큰 흐름을 막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도 시장 예상만큼 그렇게 빨리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여름(7월)에 할지, 가을 들어서 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여력이 점점 달리는 상황에서 돈 풀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엔화 강세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브렉시트 여파로 미국에서 금리 인상은커녕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며 “달러가 예상 밖으로 약세가 된다는 건 거꾸로 엔화가 강세로 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브렉시트가 EU 전체 문제로 번질 여지가 있다”며 “지금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 상태가 이어진다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을 사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초 소비세 인상을 연기한 데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