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빠져나가면 EU 회원국이 혼란에 휩싸일 테니 우크라이나 사태로 비롯된 경제제재도 흔들릴 것이다.” “영국이 없는 EU의 지배 체제는 건강함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 소비에트연합 국가의 가입 유혹을 감소시킬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 등이 브렉시트를 반대해오는 와중에 이런 말을 공공연히 하면서 영국의 EU 탈퇴를 기대해왔다.

러시아는 EU로부터 경제와 군사적으로 압박받고 있다. EU는 2014년 친(親)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지역 일부(크림반도)를 점령한 러시아에 석유수출 제한 등 제재를 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다.

영국의 홀로서기는 이런 러시아 견제에 균열을 촉발할 수 있다. 세르게이 쇼바닌 모스크바 시장은 “EU에서 영국을 제외하면 그렇게 열성적으로 러시아 경제제재를 고수하는 나라가 없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브렉시트가 NATO엔 두통거리지만 러시아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브렉시트가 초래하는 EU의 약화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유럽과 NATO의 단결을 저해하려던 크렘린의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지만 저절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와 NATO 약화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순 없다. 영국이 EU에서 이탈하는 것일 뿐 NATO에서 탈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EU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NATO에서 영국의 입지는 좁아지고, NATO는 영국의 지원을 예전처럼 받기 힘들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브렉시트에 따라 영국과의 동맹이 예전과 같은 힘을 갖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이 아시아 중심의 외교군사 정책을 지속한다면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항해 온 러시아와 중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