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멕스산업 창업주 구자일 사장 "회장 직함 버려…원조 주방용품 영광 되찾겠다"
코멕스산업은 국내 1세대 주방용품 제조업체다. 페트병을 헹궈 물병으로 재활용하던 1970년대, 입구가 넓은 플라스틱 물통을 처음 개발했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반찬통과 같은 플라스틱 밀폐용기도 최초로 선보였다. 물통과 밀폐용기 해외시장도 가장 먼저 개척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락앤락 삼광글라스 등 후발주자에 밀려 장기간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창업주인 구자일 사장(73·사진)은 얼마 전 5년간 근무한 전문경영인을 내보냈다. 자신의 직급은 회장에서 사장으로 ‘셀프 강등’했다. 재도약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겨야 한다는 위기감에서다. 경영 2선에서 다시 구원투수로 등판한 구 사장을 27일 서울 구로동 본사에서 만났다.

◆“오너만큼 절실한 사람 없다”

구 사장은 “전문경영인의 장점이 있지만 오너인 나만큼 회사에 대해 절실하지 않더라”며 “10년 뒤 어떻게 먹고 살지 고민하고,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하다가 회장보다는 사장 신분으로 내실을 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판매실적이 저조한 제품군을 정리했고,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력을 대거 보강했다.

코멕스산업 창업주 구자일 사장 "회장 직함 버려…원조 주방용품 영광 되찾겠다"
코멕스산업은 구 사장이 1971년 설립한 유아용품업체 크로바상사가 모태다. 1980년대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바이오 공법을 적용한 ‘바이오탱크’ 물통을 개발해 히트를 쳤다. 밀폐용기의 원조 ‘바이오킵스’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항균 기능을 넣은 고무장갑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지만 코멕스 제품으로 자녀 도시락을 싸고 코멕스 고무장갑으로 설거지하던 주부는 이제 할머니가 됐다. “경쟁사에 빼앗긴 젊은 층을 끌어오고, 락앤락 등이 활약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파고드는 게 코멕스의 과제”라고 구 사장은 강조했다.

◆꽃사진 물병·도시락…새로운 혁신

코멕스산업은 최근 도마 냄비 물병 등에 사진작가 김중만 씨의 다양한 꽃 사진을 입혀 선보였다. 구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주방용품 시장에서 차별화 방법을 찾다가 혁신과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며 “대학과 산학협동을 통해 학생들의 신선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채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요즘 ‘차세대 밀폐용기’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소재와 형태 등을 확 바꾼 새로운 콘셉트의 밀폐용기”라며 “원조회사답게 45년간 쌓아온 노하우로 뛰어난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코멕스는 소재분야에 꾸준히 투자하며 항균 플라스틱을 비롯해 스테인리스, 유리 등 다양한 밀폐용기를 출시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해외 공략

구 사장은 고집스럽게 ‘국내 공장’을 고수한다. 생산비가 저렴한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옮기는 것은 생각해본 적 없다. 품질 높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프랑스 독일 등 ‘주방용품의 본고장’인 유럽에 집중하다 보니 확 커진 신흥시장을 놓친 게 패착”이라며 “조금 늦긴 했지만 올해부터 중국 중동 동남아 등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젊은 주부들에게도 제품력을 인정받는 게 목표다. 쿡웨어(조리기구)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구 사장은 “주부 모니터단과 등산을 가고 소주를 마시는 등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기호를 제품에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세계 1등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