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해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기자회견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브렉시트 사태 해결을 위해 EU 정상과 만난다. 로마AP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해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기자회견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브렉시트 사태 해결을 위해 EU 정상과 만난다. 로마AP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글로벌 경제가 대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EU 정상은 27일부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쇄회의에 나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EU 지도자들의 긴급회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회원국의 ‘도미노 탈퇴’를 우려하는 EU는 내부 결속 차원에서 “영국은 당장 나가라”며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브렉시트를 무위로 돌리겠다면 받아들이겠다는 ‘화전양면(和戰兩面)’책을 구사하고 있다.

◆존 케리 美 국무까지 참여

27일 AFP통신에 따르면 EU 28개 회원국 정상은 28일부터 이틀간 브렉시트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정상회의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 등 EU 핵심 지도자들은 27일 독일 베를린에서 향후 대응방안을 사전 조율한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뒤 사흘 만이다. 이들 EU 최고위 관계자는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로 뜻을 모으고 영국이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제거해주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당초 케리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논의를 위해 로마를 찾으려 했으나 사태 심각성을 고려해 브렉시트 해법에 직접 힘을 보태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전략을 추진해오다 유럽에서 주도권을 잃게 생겼다는 지적을 감안한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불확실성을 완화하려면 브렉시트 이행 과정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이 가장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며 시장 불확실성 제거에 적극 나서달라는 뜻을 강조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결정 재고해달라”

외신들은 EU가 28일 정상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하루빨리 브렉시트 협상 절차를 시작할 것을 주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차피 떠날 거라면 미적거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투표로 영국민의 의사를 확인했지만 EU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50조)에 따라 영국이 공식적으로 탈퇴를 신청하지 않으면 EU는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에 맞서는 EU의 반응은 단호하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과) 우호적인 이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영국은 EU 정상회의에서도 ‘찬밥 신세’가 된다.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는 10월 사임하겠다고 밝힌 캐머런 총리는 첫날(28일) 만찬에서 영국 상황과 대책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일정이 끝난다. 다음날 회의는 영국을 제외한 27개국이 영국과의 ‘이혼 절차’를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U가 브렉시트와 관련한 영국의 비공식 협상 제안을 일거에 거절했다”며 “탈퇴 협상에서 영국에 주도권을 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EU는 브렉시트 결정을 스스로 무효화하겠다면 ‘해프닝’으로 넘겨줄 수 있다며 영국의 재고를 유도하고 있다. EU 고위관계자는 “오늘의 민주적인 결정으로 어제의 민주적 결정을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은 이미 내린 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내홍을 겪고 있다. 보수당은 브렉시트에 찬성하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차기 총리로 떠오르고 있지만 캐머런 총리 진영과 일전을 치러야 한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브렉시트 결정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당내 반발로 예비내각에서 11명이 빠져나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