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영란법 2탄' 이해충돌방지법 입법 추진
정부가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법) 2탄’ 격인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충돌 방지는 장관이 자녀를 특채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친척에게 공사를 발주하는 것처럼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당초 김영란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였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진 이 내용에 대해 정부가 별도 입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27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 제정 과정에서 삭제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담은 ‘공직자 등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만들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권익위는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해 입법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혀왔다”며 “공직사회에 주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채 의원이 공개한 권익위 안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나 가족이 인·허가, 계약, 채용 등의 과정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은 김영란법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과 이들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장·차관,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도 포함된다.

권익위는 공식적으로는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김영란법이 시행에 들어가는 오는 9월 이후 이해충돌방지법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김영란법의 초안은 ‘부정청탁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를 양대 축으로 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통째로 삭제됐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반부패정책의 핵심인데 빠져서 아쉽다”고 했고,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이나 가족들이 이 조항에 부딪칠 일이 많아질 것을 우려해 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채 의원은 “권익위 안보다 강화된 제정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정무위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이날 “김영란법 제정 과정에서 금품 수수와 부정청탁보다 더 시급한 과제인 이해충돌방지법이 빠졌다”며 “곧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제정 취지에 맞게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이 같은 주장은 진행 중인 김영란법 개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정무위 소속 의원은 “김영란법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지금은 개정 논의가 농·축·수산업 피해 등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것들이 정리되면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