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트렌드] 모바일 간편결제 '춘추전국시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며 ‘페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사, 포털 등 다양한 분야의 IT 기업들이 자신의 강점을 내세운 고유의 서비스에다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결제 송금 포인트 적립까지 한번에

LG유플러스와 NHN엔터테인먼트는 이달 들어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에 송금 기능을 새롭게 도입했다. LG유플러스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나우’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최초 1회만 공인인증서로 송금용 은행 계좌를 등록해 두면 이후부터 인증서 없이 송금할 수 있다.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 뒤 패턴 비밀번호 그래픽 등 사전에 설정한 방식으로 인증을 받으면 송금이 끝난다. 국내 16개 은행의 계좌를 페이나우 간편 송금 서비스에 등록할 수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도 자사 간편결제 앱인 ‘페이코’를 통해 계좌번호나 휴대폰 번호를 통해 상대방에게 돈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제휴 은행은 15곳이다. 은행별 한 계좌씩 여러 은행 계좌를 등록해 이용할 수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기존 간편송금 서비스는 송금을 받은 사람이 금액을 확인·수령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에 필수로 가입해야 하지만 페이코는 회원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 계좌로 바로 송금하고 즉시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지난 3월 출시한 ‘T페이’도 출시 석 달 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T페이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멤버십 할인과 결제를 결합한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T페이는 현재 편의점 레스토랑 등 2만3000여개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T페이는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한 ‘핸즈프리 결제’와 T멤버십 또는 전용 앱의 ‘바코드 스캔’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핸즈프리 결제는 계산대에서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매장 단말기(POS)가 근접무선통신으로 인증 및 결제 정보를 자동 교환하는 방식이다. 점원이 본인 확인(전화번호 뒤 4자리) 후 사용자가 사인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앱에 탑재된 바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으로도 T페이 이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T페이에 3분마다 갱신되는 일회용 바코드 기술을 적용해 보안성을 높였다.

◆가입자 수, 이용금액도 급증

카카오도 4월부터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머니’를 충전해 송금이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계좌 연결을 하지 않아도 카카오톡 계정을 보유한 사람은 카카오머니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머니 충전은 잔액한도(100만원) 내에서 최소 1만원부터 가능하며, 1일 횟수 제한은 없다. 이용한도는 하루 기준으로 성인은 송금 50만원, 보유 잔액 100만원까지 할 수 있다.

카카오머니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뮤직,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등에서 쓸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결제와 송금은 물론 멤버십, 청구서 서비스까지 도입해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출시 1년9개월 만에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는 지난달 출시 9개월 만에 국내 누적 결제 금액 1조원을 넘어서며 오프라인 페이 부문에서 절대 강자에 올랐다. 지난해 2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을 보유한 루프페이를 인수해 내놓은 삼성페이는 기존 근접무선통신(NFC) 방식에 비해 탁월한 범용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인 온라인 결제 서비스도 누적 금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네이버는 지난 4월 전국 언제 어디서 결제하든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적립되는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연회비나 실적 제한 없이 결제금액의 1%를 월 최대 1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는 네이버페이 등록 가능 계좌라면 어떤 은행과도 연동 가능하다. 결제를 통해 쌓이는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8만5000개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웹툰, 뮤직, 북스, 영화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네이버 예약 서비스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존 신용카드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담당한 결제 서비스의 무게중심이 모바일 기술 발전으로 IT기업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며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이들 기업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