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대 국익 싸움"…글로벌 환율전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각국 중앙은행 간 통화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브렉시트 여파로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4% 급등하자 외환시장에 개입해 유로당 1.06프랑에서 1.08프랑으로 통화 가치를 2% 떨어뜨렸다. 일본 재무성 고위 관계자는 25일 “국익과 국익의 싸움”이라며 엔화 가치 급등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전날 엔화 가치가 2년7개월 만에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자 시장 개입을 예고한 것이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자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는 대신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사실상 금리를 올리는 긴축효과가 발생한다. 시장 일부에선 Fed가 오는 9월까지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확률은 9%, 연내에 인하할 가능성은 25%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위안화 가치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시장에 개입할 것임을 분명히 내비쳤다.

이 같은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과 인위적인 통화 가치 하락은 인근 국가를 궁핍하게 하는 정책으로 지목받는다. 브렉시트가 초래한 또 다른 이름의 신(新)고립주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요 20개국(G20)이 통화정책 공조에 나선 것과 대조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