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청년들의 미래를 왜 노인들이 결정하나"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과를 둘러싸고 세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젊은 층은 ‘잔류’에, 노년층은 ‘탈퇴’에 투표하며 세대 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영국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가 투표 당일인 23일 투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8~24세의 75%가 잔류에 표를 던졌다. 25~49세는 56%, 50~64세는 44%, 65세 이상은 39%가 잔류를 지지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EU 탈퇴에 표를 던진 경향이 뚜렷했다. 입소스모리, 로드애슈크로프트 등의 조사도 비슷했다. 벤 페이지 입소스모리 최고경영자(CEO)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젊은 층은 졌고, 노년층이 이겼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다음날인 24일 영국의 EU탈퇴 결론이 나자 잔류 성향의 젊은 층이 들고 일어났다. 런던 의사당 앞에는 10대들이 모여 ‘나는 영국인이 아니라 유럽인이다’ 등의 팻말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이들 중에는 투표권이 없는 16~17세도 상당수였고, 자신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는 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 대학 연합체인 영국대학학생회연합(NUS)의 메간 던 대표도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젊은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이 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윗세대가 논의와 결정을 주도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노년층이 내린 결정에 대해 젊은 층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젊은 세대는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젊은 층을 달랬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