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폭락…무디스, 영국 신용전망 하향
영국이 지난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확정하자 영국의 통화인 파운드화 가치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10% 이상 폭락하며 파운드당 1.324달러까지 급락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1992년 9월16일 파운드화 투매에 나선 ‘검은 수요일’의 낙폭을 뛰어넘어 1985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미국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등과 함께 세계 4대 기축통화의 하나로 군림하던 파운드화의 위상이 브렉시트로 하루아침에 발톱 빠진 호랑이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기축통화는 국제거래에서 중심적인 결제 수단 역할을 하는 통화다.

현재 가장 중심이 되는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화지만 원래 최강자 지위를 누렸던 건 파운드화였다. 산업혁명과 함께 세계무역이 활성화된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한 영국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담당했다. 1944년 미국 뉴햄프셔의 브레턴우즈에서 금환본위제, 국제통화기금(IMF) 설립 등의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결정하면서 달러에 패권을 넘겨줬다.

영국은 1999년 유로화 출범 당시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반대로 파운드화를 고수했다. 이후 지금까지 기축통화의 한 축을 담당해왔으나 당분간 위상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24일 영국의 신용등급(Aa1)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브렉시트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자신감이 떨어져 투자와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무디스는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