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지구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16 뉴욕’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CJ E&M 제공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지구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16 뉴욕’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CJ E&M 제공
“방탄소년단 보려고 마이애미에서 비행기 타고 왔어요.”

CJ의 문화고집 20년, 뉴욕 'Hallyu'로 물들이다
지난 24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지구 푸르덴셜센터에서 열린 한류(韓流) 행사 ‘케이콘(KCON) 2016 뉴욕’.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얼굴이 새겨진 목걸이를 걸고, 한 손에는 한국 아이스크림 메로나를 든 대학생 브리내티 노르밍턴 씨(22)는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불타오르네’를 흥얼거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CJ그룹 엔터테인먼트 부문 계열사 CJ E&M이 마련한 케이콘 뉴욕 행사는 다양한 인종의 젊은이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케이콘이 단순한 음악 공연을 넘어 팝, 드라마, 뷰티, 음식 등 한국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한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세계에서 한류만큼 성공한 대중문화를 찾기 힘들고, 그 중심에 케이콘이 있다”고 평가했다.

케이콘은 2012년 첫 행사가 펼쳐진 뒤 매년 개최 횟수와 지역을 꾸준히 늘려 이번 뉴욕 행사까지 모두 열 차례 열렸다. 올 하반기에는 다음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9월 중국 광저우 행사가 예정돼 있다.

집객 효과가 큰 음악 콘서트에 드라마·영화 등 한류 콘텐츠, 여행·정보기술(IT)·뷰티·패션 등 한국 상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 행사를 섞은 게 특징이다. 이번 뉴욕 행사에서도 에일리, 세븐틴, 다이나믹듀오 등 인기 가수들이 참여한 콘서트장 주변에선 한국식 화장 따라 하기, 김밥 만들기 등 다양한 한류 체험 행사가 열렸다. 뉴욕 행사는 작년 하루에서 올해 이틀로, 방문객 수는 작년 1만7000여명에서 올해 4만2000여명으로 늘어났다. 1만명을 수용하는 콘서트장 티켓은 사전 예약 1주일 만에 매진됐고, 백스테이지 투어 등이 포함된 패키지 티켓은 온라인 접수 3시간 만에 동났다.

안젤라 킬로렌 CJ E&M 미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3년째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는 도요타의 행사 지원 금액은 첫해보다 다섯 배 높아졌다”며 “한국이 주최하는 행사에 미국 현지 회사들이 먼저 관심을 보이며 접근한 것은 케이콘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상품이 아닌 문화를 판다’는 전략 아래 해외 각국에 K컬처 저변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95년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하며 본격 시작된 CJ의 20년 문화산업 저력이 케이콘에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고경영진의 장기적인 안목과 과감하고 고집스런 투자가 케이콘의 성공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 미국 어바인에서 열린 첫 행사가 적자를 기록하자 그룹 내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팽배했다. 하지만 이재현 CJ 회장은 2013년 초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그해 케이콘 투자 규모를 오히려 두 배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불과 2년 만인 2014년 미국 LA 케이콘은 4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는 작년 5월부터 ‘CJ E&M: 미국에서 한류 확산하기’라는 제목으로 케이콘의 성공 비결을 케이스 스터디로 가르치고 있다. 강의를 맡고 있는 엘리 오펙 교수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CJ가 초기 적자를 감수하고 케이콘을 성공적인 글로벌 전략으로 키워낸 과정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