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유어스몰 '제2 가락시장' 꼴 나나
서울 동대문의 대표 패션타운 유어스쇼핑몰이 개장 10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오는 9월부터 민간업체에서 서울시로 넘어가는 운영권을 놓고 서울시와 상인 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신(新)시장이 완공됐지만 대다수 상인이 이전을 거부하면서 법적 분쟁까지 치달은 가락농수산물시장 갈등이 유어스쇼핑몰에서도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06년 서울시 소유 민자주차장에 지어진 유어스쇼핑몰은 9월1일 지상 1~5층의 쇼핑몰 10년 장기임대 계약이 끝난다. 서울시는 증축 비용을 부담한 사업시행자 동부건설에 10년간 무료로 임대했고, 쇼핑몰은 상가관리업체 문인터내쇼날이 입점 점포 342곳에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동대문 유어스몰 '제2 가락시장' 꼴 나나
서울시는 9월부터 시 산하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운영권을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점포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재선정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법규에 따라 환수해 점포를 임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상가를 운영해온 민간 관리업체와 대다수 상인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10년간 브랜드 가치를 높여 동대문 상권을 활성화한 노력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더욱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면 기존 입점 상인이 현재 상점을 계속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 상인 측의 설명이다. 유어스쇼핑몰에 입점한 한 상인은 “유어스쇼핑몰의 브랜드 가치는 1조원 규모로, 동대문 상권의 유일한 성공 사례”라며 “서울시는 이런 점을 인정하지 않은 채 기존 상인을 내쫓을 궁리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판술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당·중구)은 중재안을 냈다. 최 의원은 지난달 말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다. 27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조례안은 유어스쇼핑몰과 같은 주차장 부대시설은 일반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되 1회에 한해 기존 사용자에 대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 역시 1회에 국한된 수의계약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민간 관리업체와 상인은 1회 수의계약만으로는 상인 생존권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체 입점 상인(342명)의 90%가 넘는 324명은 ‘유어스 상생위원회’를 구성해 지금처럼 영업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뜻을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양측 갈등이 계속되면서 유어스쇼핑몰이 ‘제2의 가락시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상인들은 서울시가 영구 수의계약을 약속하지 않으면 9월 이후에도 영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는 강제철거를 통해 상인을 퇴거시켜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경쟁입찰에서 떨어진 상인과 서울시 간 명도 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유어스쇼핑몰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동대문 상권이 크게 쇠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