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비치 링크스 골프장의 5번홀
타이거비치 링크스 골프장의 5번홀
목동이 드넓은 목초지에서 작은 공을 가지고 놀면서 시작된 골프는 스코틀랜드의 링크스라는 해안 지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초기 골프장의 모습을 지닌 골프장을 ‘링크스’라고 부르게 됐다. 중국 산둥성 하이양(海陽)에 있는 타이거비치 링크스 골프장은 골프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골프장이다.

영국의 명문 골프장 재현

[여행의 향기] 탁 트인 초원과 바다…OB도 카트도 없다…"난코스라 더 끌리네"
‘뭐 이런 골프장이 다 있어?’ 타이거비치 링크스 골프코스를 보는 순간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면 18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체 코스에서 시야를 막는 나무나 건물 같은 장애물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허허벌판에 드러난 맨땅의 골프장이 타이거비치 링크스 코스의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억세고 질긴 풀과 깊은 항아리 벙커, 강력한 바닷바람과 허허벌판이 특징인 스코틀랜드 링크스를 그대로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이거비치 링크스의 실소유주인 대만의 실포트그룹이 스코틀랜드의 명문 골프장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그대로 재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10대 골프장으로 선정된 타이거비치 링크스에는 없는 것이 많다. 골프장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카트는 65세 이상의 걷기 불편한 골퍼들만 사용할 수 있다. 카트가 없다 보니 포장도로가 없다. 골프장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길은 맨땅이다. 카트길이 없다 보니 코스 전체에 포장된 길은 단 한 곳도 없다. 그저 터벅터벅 맨땅을 걷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도 걸어야 한다.

OB, 그늘집, 카트가 없는 독특한 골프장

골프장 길가에 억세고 질긴 풀이 가득하다.
골프장 길가에 억세고 질긴 풀이 가득하다.
타이거비치 링크스 코스에는 OB가 없다. 어디에 떨어지든 그 자리에서 샷을 하면 된다. 볼이 다른 홀에 있으면 그곳에 가서 샷을 할 수 있어 어떤 경우에도 벌타를 받지 않는다. 단, 워터 해저드에서는 벌타 처리를 한다. 게임 중 볼이 코스 주변의 포도밭에 떨어졌다. 국내에서라면 명백한 OB인데도 바로 그 자리에 놓고 공을 치면 됐다.

타이거비치 링크스 코스에는 그늘집이 없다. 코스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스타트하우스만 하나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거리목이 없다. 캐디들이 거리를 불러주지 않으면 초보 골퍼들은 낭패를 보게 된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쳤더니 페어웨이 약간 왼쪽으로 구르다 러프로 들어갔다. 타이거비치 링크스 코스의 러프는 국내 골프장에서 통상적으로 보던 러프와는 차원이 다르다. 습관처럼 러프샷을 하니 아이언이 러프에 착 감겨 공이 3m도 못 간다. 이곳을 경험해본 동반자는 공을 멀리 보낼 생각은 말고 러프에서 빠져 나오는 데 주력하라고 충고한다. 러프에서만 샷을 세 번이나 하니 당연히 양파다. 첫홀부터 신고식을 톡톡히 했다. 게다가 바닷가 근처라 해무가 짙게 끼어 두 번째 홀부터는 어디로 쳐야 할지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9번 홀에는 그린 바로 앞에 거의 3m나 되는 항아리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초보자는 우려했던 대로 볼이 간다고 했던가? 볼은 보기 좋게 벙커로 빨려 들어갔다. 샌드웨지를 최대한 눕혀 볼 바로 뒤를 쳐냈지만 볼은 겨우 1m 정도 떠올랐다 도로 모래로 떨어졌다. 두 번째 샷, 세 번째 샷도 벙커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네 번째 샷을 하자 공은 힘겹게 벙커 턱으로 올라갔다.

전반보다 후반 홀이 더 어려워

14번 홀 주변 모습
14번 홀 주변 모습
첩첩산중이다. 그린은 언듈레이션이 심한 데다 비가 온 다음날인데도 제법 빠르다. 내리막 퍼팅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린이 빠를 때는 멈춘 듯해도 끝없이 흘러내린다.

타이거비치에선 전반 1~9번 홀보다 후반 10~18번 홀이 더 어렵다. 1~9번 홀은 비교적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지만 10~18번 홀은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곳곳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도그레일홀도 여러 곳이어서 만만치가 않다.

18홀을 마치고 나니 온몸이 노곤하다. 평균 타수보다 최소 10타 이상은 더 친다는 어처구니없는 골프장에서 5타 정도 더 친 것이니 그나마 선방한 셈이다. 난이도가 높은 골프장은 분명하지만 타이거비치 골프장은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 생각나게 한다. 도전적인 코스를 좋아하는 골퍼라면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골프장이다.

하이양=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정보

타이거비치 링크스의 호텔
타이거비치 링크스의 호텔
타이거비치 링크스 골프장이 있는 중국 산둥성 하이양으로 가려면 칭다오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20분을 달려야 한다. 하이양은 옌타이와 웨이하이 사이에 있는 작은 항구 도시다. 타이거비치 링크스 리조트는 객실도 넓고 시설도 깔끔해 지내는 데 어려움이 없다. 리조트 식당에는 다양한 한국 음식이 준비돼 있다. 리조트 주변에는 마사지를 싸게 받을 수 있는 숍이 여러 곳 있어 피로를 풀기에도 좋다.

골프트래블은 타이거비치 링크스 골프 코스를 이용하는 2박3일과 3박4일 상품을 판매 중이다. 매일 18홀을 돌 수 있으며 항공과 숙박(1인1실은 추가 요금 200위안), 조식과 중식이 포함돼 있다. 2박3일은 49만9000원, 3박4일은 59만9000원. 주말엔 10만원 더 비싸다. (02)2055-1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