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소셜커머스 쿠팡의 자체 배송기사) 근무가 주 5일제로 변경된다. 그만큼 연봉은 낮아진다. 쿠팡 측은 쿠팡맨의 주말을 보장하기 위해서 근무제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쿠팡의 얼굴’인 쿠팡맨의 이미지 개선책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말 한 해고 직원이 제기한 부당해고건과 관련,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쿠팡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란 것이다.

◆연봉 낮추고 근무시간 줄이고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쿠팡맨 채용 공고에서 쿠팡맨의 연봉이 소폭 낮아졌다. 변경된 연봉은 세전 기준으로 3200만~3800만원 수준이다. 지난 3월 공채 땐 세전 4000~4500만원으로 책정됐다. 근무 일수가 주 6일에서 주 5일로 줄었기 때문이다.

쿠팡맨의 하루 근무시간은 점심시간을 포함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다. 주 5일제가 적용되면 66시간에서 55시간으로 주간 총근무시간이 줄어든다. 주5일 근무는 이달부터 일을 시작하는 쿠팡맨들에게 우선 적용된다. 기존 2년 이상 근무한 쿠팡맨들도 주5일 근무를 하게 된다.

쿠팡 측은 그간 쿠팡맨들이 주말을 가족과 보내고 싶다는 요청을 해와 주5일 근무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류를 총괄하는 헨리 로우 부사장과 쿠팡맨 대표자(각 캠프당 1명)들이 모이는 '쿠톡(Cou Talk)'에서도 쿠팡맨들의 이 같은 의견이 전달됐다. ‘쿠톡’은 로우 부사장과 쿠팡맨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쿠팡맨 이미지에 타격 때문?

하지만 소셜커머스 업계에선 쿠팡맨의 노동위원회에 제소된 데 따른 결과라고 소셜커머스 업계는 보고 있다. 쿠팡맨의 인사 시스템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노동위원회에 제소되면서 ‘청년 고용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서다.

지난해 9월 쿠팡맨으로 입사한 이 모씨(36)는 3개월 수습기간을 조건으로 6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쓰고 입사했다. 2개월간 7번의 지각으로 같은 해 11월13일 회사로부터 ‘수습부적격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 씨는 곧바로 ‘부당해고’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고, 올해 1월 구제신청이 기각되자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재심에서도 해고사유가 합당하다고 판결이 났다.

이 과정에서 쿠팡맨의 수습절차와 비정규직 인사시스템이 거론됐다. 지난달 열린 중앙노동위원회에선 쿠팡맨의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김승현 법무법인 시선 노무사는 “노동위원들은 사측이 쿠팡맨을 많이 뽑지만 그만큼 많은 쿠팡맨의 계약이 해지된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80명 뽑고 60~70명을 해고한 것으로 나와있는 만큼 시스템상 18개월 이상 근무하기 힘든 구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쿠팡 “고객 서비스 평가 엄격할 수밖에”

중앙노동위는 다만 구제절차를 거치는 중간에 이 씨의 계약이 해지된 만큼 남은 수습기간 만큼의 임금은 받을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중앙노동위는 지난 13일 판결문에서 “구제절차 진행 중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계약이 끝났다 해도 (부당해고 기간 중 받지 못한 임금이 있으므로) 노동자에게 노동위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

쿠팡측은 중앙노동위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동일한 연봉을 받는 독특한 인사시스템에 대해 피력했다. 쿠팡 관계자는 “이 씨의 재직기간이 연말이었음을 감안하면 배송량이 늘어나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평가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고은빛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