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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27) 존 버니언 '천로역정'

입력 2016-06-24 16:56:26 | 수정 2016-06-24 16:56:26 | 지면정보 2016-06-27 S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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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순례자의 길
그 속에 인생이 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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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작가들이 성경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는다.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성경을 몇 번에 걸쳐 읽었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많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약의 대부분은 이스라엘 역사이고 신약에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활동과 가르침이 담겨있다. 오묘한 예언들이 구약과 신약을 마구 오가는 가운데 여전히 풀기 힘든 문구들이 많다. 그 결과 성경을 자의적으로, 혹은 악의적으로 해석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이단과 사이비가 계속 출몰하는 중이다.

작가들이 성경을 읽는 이유는 구약의 엄청난 스토리와 신약의 표현법, 그리고 묵시가 주는 인사이트 때문일 것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 영화, 음악 등 예술 전반에 성경이 끼친 영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전파된 지 100년이 좀 넘었을 뿐인데 일상화 된 기독교 용어가 수없이 많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라, 13일의 금요일을 조심하라,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등등 많은 말들이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 에덴의 동쪽, 빛과 소금’ 등등 비유법으로 활용되는 기독교 용어도 셀 수 없을 지경이다.

성경을 거론할 때 부록처럼 등장하는 책이 바로《천로역정》이다. 그간 여러 책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작품’이라고 자랑했지만 이 수식어의 진짜 주인은 《천로역정》이다. 1678년에 1부, 1684년에 2부가 출간되어 지금까지 10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300년이 넘도록 제2의 성경으로, 그리스도인의 지침서로, 세계적인 고전문학으로 사랑받고 있다.

가난한 땜쟁이의 아들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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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8년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땜쟁이의 아들로 태어난 존 버니언은 10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 일을 도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아버지가 재혼하자 실망하여 16세의 나이로 군대에 입대했다. 21세에 결혼한 그는 장인에게 받은 두 권의 책을 읽고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660년 찰스 2세가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존 버니언은 12년 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옥중에서 자서전을 출간하는 등 열심히 활동한다. 감형되어 풀려났다가 다시 투옥되는 등 고초가 뒤따랐지만 존 버니언은 설교활동과 집필활동을 쉬지 않았다. 불우한 환경에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감옥에 갇히기까지 했지만 그는 밀턴과 함께 17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비유와 상징, 대화체를 활용한 문체를 담은 《천로역정》은 ‘셰익스피어 영어’가 살아 있는 유일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1부는 주인공 크리스천이 멸망의 성읍을 떠나 거룩한 성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2부는 크리스천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네 명의 자녀가 아버지가 간 길을 따라 순례하는 내용을 담았다. 크리스천이 만나는 여러 인물들과 갖가지 위험이 그의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되풀이 되고, 순례자들이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과정이 핵심 내용이다.

인생 여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우화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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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니언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행동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순례자들은 믿음, 희망, 떠버리, 질투, 아첨꾼, 간사함, 무신론자, 무식한 자, 지혜로운 자 등등 수없이 많은 인물을 만난다. 그들과 나누는 대화와 사건은 성경 이곳저곳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곁에 비슷한 인물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 속에 여러 사람이 숨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무언가 들킨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 친구들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면 좋을지 생각해보라.

1부에서 크리스천이 멸망의 성을 떠날 때 아내와 자식들은 물론 동네 사람들까지 비웃었지만, 결국 아내는 남편이 거룩한 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녀들과 함께 순례의 길에 나선다. 거룩한 성까지 가는 여정은 우리네 인생길만큼이나 멀고 험난하다. 수많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으며, 교활한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무시무시한 폭력과 위험한 함정이 불쑥 불쑥 고개를 들이민다.

두 번의 순례에 동행하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까다로운 허들을 하나하나 넘어 비로소 목적지에 도달하는 모습에서 용기와 힘을 얻을 것이다.

이근미 < 소설가 >기사 이미지 보기

이근미 < 소설가 >

실제로 우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100세 시대 레이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긍정 에너지이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과 도움을 구하면 구원의 손길이 온다는 믿음만 확고하다면 고난을 차례로 격파해나갈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인생은 끝이 있다’는 것과 ‘힘든 여정이 끝나면 행복한 낙원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자각한다면 삶을 충실하게, 경건하게 대할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고전 100선, 대한민국 명사 101인의 대표 추천작, 찰스 디킨스와 샬럿 브론테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꼽은 대작이어서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드물게 인생 여정 전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우화소설이어서 일독을 권한다.

크리스천과 그의 아내와 자녀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며 극적인 사건과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보라. 인생을 진지한 마음으로 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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