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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번스타인의 6·25

입력 2016-06-24 17:57:19 | 수정 2016-06-25 00:06:21 | 지면정보 2016-06-25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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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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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인천항에 도착한 것은 1951년 4월 24일, 스물세 번째 생일날이었다. 중공군의 대공세로 전황이 불리한 상태였다. 두려움이 몰려 왔다. 그나마 맑은 날씨가 위안을 줬다. 그날 이후 1년6개월 동안 그는 미8군 보병으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누볐다. 그의 이름은 ‘피아노의 거장’ 세이모어 번스타인.

여느 병사들과 달리 그의 무기는 총이 아니라 피아노였다. 그는 경기 파주와 연천 등 최전방에서 100회 이상 공연을 하며 동료 병사들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웠다. 현을 수직으로 만들어 크기를 줄인 업 라이트 피아노를 언덕 밑에 놓고 연주했다. 군인들은 언덕에 앉아 관람했고, 초병은 적의 포격에 대비해 공연장을 방어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케네스 고든과 함께 부상병을 위한 콘서트도 열었다.

최전방에서 돌아온 그는 서울교향악단과 협연을 했다. 서울과 대구, 부산 등에서 한국인을 위한 콘서트도 열었다. 제임스 밴 플리트 당시 유엔군 사령관의 주선으로 서울에서 특별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듬해 11월 전역한 그는 미국 정부로부터 동성훈장과 유엔종군기장을 받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국을 찾아 서울교향악단과 연주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1960년에는 미 국무부 후원으로 콘서트와 레슨, 상급반 수업을 하러 왔다가 4·19로 공연이 취소되자 서울대병원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난 4월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에서 그는 최전선에서 피아노 선율을 들려준 위문행사가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저께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오는 27일 참전 용사들을 위해 65년 전의 피아노 연주를 다시 들려줄 계획이다.

6·25 전쟁에 참전한 외국 스타는 많다. 번스타인과 같은 해에 입대한 컨트리 음악의 대부 자니 캐시, 할리우드 명배우 제임스 가너, ‘배트맨’ 시리즈의 영국 배우 마이클 케인 등이 유명하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 그와 함께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버즈 올드린, 미국 상원의원 존 글렌도 전투기를 몰고 수십차례 출격해 소련제 미그기를 잇따라 격추시켰다.

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인물도 많이 있다. 89세의 ‘노병 피아니스트’ 번스타인 역시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가난한 분단국의 전장에서 청춘을 바친 또 다른 노병들이 지금 어디에선가 포연 속의 옛 추억을 곱씹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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