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파는 국내 외환시장에 고스란히 옮겨붙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 가까이 치솟았고 원·엔 환율은 2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준 안전자산’이라던 원화는 다른 신흥국 통화처럼 단숨에 약세로 밀려났다. 달러당 1200원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처럼의 ‘원저(低)’라고 해도 수출에 호재라기보다는 악재에 가깝다는 평가다.
[브렉시트 쇼크] 하루 30원 치솟은 원·달러 환율…"내주 초 1200원 넘을 수도"
실시간 개표에 롤러코스터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9원70전 오른 달러당 1179원90전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폭은 최대 33원20전으로 2011년 9월23일(46원) 이후 4년9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브렉시트 개표가 실시간으로 진행되면서 환율은 하루 종일 급등락했다. 달러당 1150원에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브렉시트 개표 초반 결과가 부결로 쏠리자 1140원 선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곧 가결이 우세해지자 1160원 선으로 뛰었고 오후엔 1180원20전까지 치솟았다.

외환 관계자는 “개장 직후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이 개입해(달러 매도) 속도를 늦췄지만 오후 급등세까지는 못 막은 듯하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브렉시트 우려가 현실화하자 미국 달러, 일본 엔 등 안전자산으로 유동성이 몰렸다”며 원화 약세 배경을 설명했다. 환전 문의가 몰리자 이날 일부 은행지점에서는 달러 환전이 일시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달러당 1200원 갈 것”

엔화와 비교해도 원화 약세가 가팔랐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1152원58전(오후 3시 KEB하나은행 고시기준)으로 전일보다 53원75전 급등했다. 원·엔 환율이 1150원 선을 웃돈 것은 2013년 8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안전자산인 엔화가치가 브렉시트 여파로 급등하면서 ‘엔저’가 완화됐다. 작년 6월까지만 해도 원·엔 환율은 100엔당 890원대까지 하락(원화 강세)해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박형중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오는 27일에라도 달러당 1200원 선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규연 외환은행 트레이딩부 과장 역시 “다음주 달러당 1183원 벽을 넘으면 곧바로 1200원 선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영 실장은 “브렉시트의 초기 충격이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금융시장이 안정화 시도를 거듭하면서 환율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 효과는 ‘글쎄’

외환시장 패닉은 브렉시트의 1차 충격파였을 뿐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신용경색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 자본까지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공급을 위한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화가치가 하락해도 수출 기업 실익은 거의 없을 거라는 진단이 많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유럽에 대한 수입 수요가 줄어들어 수출 총량이 줄어들면 환율 급등에 따른 플러스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완전히 탈퇴하기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린다”며 “금융시장에서 과민반응을 부추기면 투자와 소비심리까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차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브렉시트 쇼크] 하루 30원 치솟은 원·달러 환율…"내주 초 1200원 넘을 수도"
“브렉시트는 전 세계 경제 어느 곳에도 도움이 안 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우려도 높아졌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심성미/김유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