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유럽 연계 재테크 상품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하루 사이 10% 가까이 손실을 냈다. 유럽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들이 무더기 손실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펀드 추락…30조 ELS 투자자 '벌벌'
○펀드 투자자들 ‘빨간불’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된 49개 유럽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22%로 나타났다. 신흥국 펀드(4.47%)는 물론 글로벌 펀드 평균 수익률(-1.79%)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1년 수익률 역시 -9.34%로 부진하다. 이날 장 초반부터 5~10%가량 하락한 유럽 주요국 증시 결과가 반영되는 다음주 초엔 1년 기준 수익률이 -15% 안팎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를 무릅쓰고 유럽 펀드를 환매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3개월 동안 유럽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288억원이다. 해외주식형 펀드 중 단일 지역으론 가장 큰 유출 규모다. 유일하게 설정액 1조원을 넘은 ‘슈로더유로펀드’(설정액 9597억원)는 연초 이후 1307억원이 빠져나갔다. ‘알리안츠유럽배당펀드’도 268억원이 순유출됐다.

상장지수펀드(ETF)시장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유럽 대표기업 50곳의 주가를 지수화한 유로스톡스50을 추종하는 ‘TIGER유로스탁스레버리지 ETF’는 이날 17.72% 하락한 541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2.0% 오른 유로스톡스50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괴리율(ETF 거래가와 실제 자산가치의 차이)이 사상 최대인 21.7%를 기록했다. ETF는 원칙적으로 주가지수를 추종하지만 이날처럼 선물 가격이 급락할 때 선물 가격을 감안해 호가를 매긴다.

ELS 투자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대부분 상품이 유로스톡스50을 활용하고 있어서다. 유로스톡스50 연계 ELS(공모상품 기준)의 발행잔액은 29조9437억원으로 전체 지수형 ELS의 90% 안팎에 달한다. 유럽 증시가 반토막이 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급락으로 4조원어치 이상의 ELS가 녹인(knock in: 원금손실 구간 진입)됐던 올해 초와 흡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로스톡스50지수 3700선 이상에서 발행된 3조4977억원어치는 여유가 별로 없다.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시점보다 40~50%가량 떨어질 때부터 원금 손실구간에 들어가는 ELS 특성상 2300선부터 녹인 상품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LS는 계약 시점보다 주가가 40~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원리금을 받을 수 있지만, 한번 녹인 지점을 건드리면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한 폭만큼 원금을 손해보는 것으로 계약조건이 바뀐다.

○‘돌다리 재테크족’ 늘어날 것

채권을 비롯한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3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국내 채권형 펀드로는 2조8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기온창 신한금융투자 투자자산전략부장은 “덴마크 체코 등 주변국들이 잇따라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당분간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재테크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주식 연계 자산을 팔아치운 투자자들은 짭짤한 수익을 냈다. 올 들어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돈을 벌어준 자산은 금(16일 기준 수익률 21.9%)이었다. 엔화(13.6%), 선진국 채권(10.4%), 글로벌 채권(7.1%) 등이 뒤를 이었다. 24일에도 안전자산 랠리가 이어졌다. 금값 등락폭의 두 배를 추종하는 ETF인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이날 전날보다 11.33% 오른 1만4105원에 장을 마쳤다.

송형석/김우섭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