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영국의 관계는 최근 ‘황금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좋았다. 중국이 작년 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추진할 때 영국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방국가 중 가장 먼저 창립 회원국 가입을 선언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는 문제에서도 영국은 노골적으로 중국 편을 들어줬다.

이처럼 ‘찰떡궁합’을 과시하던 영국이 24일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함에 따라 중국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3% 하락한 2854.29에 마감,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상하이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영국의 EU 탈퇴는 중국 경제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일재경일보는 “중국 기업들은 시장진입이 까다로운 EU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영국을 선택해 왔다”며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상당수 중국 기업이 영국에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영국 간 교역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영국은 EU 내 두 번째 교역대상국이고, 영국 입장에서 중국은 EU 이외 국가 중 두 번째 교역대상국이다.

장젠핑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외경제연구소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의 대(對)영국 수출 물량 중 일부는 EU 국가로 흘러들어가는 것이었다”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대(對)영국 수출도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은 영국 런던에 세계 두 번째 역외위안화교역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첫 역외 위안화 국채도 런던에서 발행했다. EU에서 금융이 가장 발전한 런던을 위안화 국제화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영국의 EU 탈퇴로 영국이 위안화 국제화의 거점 지역으로 남을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결같이 전략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영국 관계, 중국·EU 관계를 바라보고 있고 이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