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훙하이가 인수한 일본 샤프가 내년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출하한다. 애플이 내년에 나올 아이폰부터 OLED 패널을 쓰기로 하고 삼성디스플레이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존 아이폰에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공급해온 샤프가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훙하이정밀 주주총회에서 “샤프가 2018년 이전에 OLED 패널을 고객사에 공급할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궈 회장은 OLED 패널이 스마트폰용인지, 애플이 그 패널을 쓸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훙하이는 지난 4월 35억달러를 투자해 샤프 지분 66%를 인수했다. 샤프는 그동안 LCD 패널만을 생산해왔으나 3월 중소형 OLED 연구·생산에 2019년까지 2000억엔(약 2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고객인 애플이 OLED 패널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여서다.

궈 회장이 2017년 OLED 출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23일 도쿄증권시장에서 샤프 주가는 6.4% 상승한 133엔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9%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아이폰을 조립해온 훙하이와 애플의 특수 관계를 고려할 때 샤프가 OLED 패널을 애플에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돼서다. 궈 회장은 “샤프는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마케팅을 못 하고 있다”며 “특허를 기술로 바꾸고, 그 기술을 상품으로 바꾸는 것이 훙하이가 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내년에 나올 아이폰부터 OLED 패널을 쓰기 위해 올초 삼성디스플레이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기존에 애플에 LCD 패널을 납품해온 LG디스플레이와 대만 AUO 등은 OLED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에 1조3600억원을 투자해 중소형 OLED 라인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또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건설 중인 경기 파주 10라인에도 중소형 OLED 라인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