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확장 개통식을 앞둔 파나마 운하가 안전성과 경제성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 해운물류 시장의 지각 변동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부실시공 등으로 제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도 파나마 운하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턱없이 낮은 공사비에 부실시공 우려

'저가수주 덫'에 걸린 파나마 운하
뉴욕타임스(NYT)는 23일 탐사보도에서 약 10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을 앞둔 파나마 운하가 부실시공과 설계상의 하자 등으로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우선 2009년 7월 스페인 등 4개국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수주한 31억달러의 공사비 자체가 정상적인 공사를 하기에는 턱없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이로 인한 잦은 공사 중단으로 예정보다 2년을 더 끌었을 뿐 아니라 콘크리트와 철근 등 도크 구조를 지탱하는 기본 재료의 사용량이 부족해 지진 위험에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완공 후 제기되는 하자보수 요구 등으로 인한 분쟁 비용만 34억달러로 전체 공사비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시운전 과정에서 구조물인 도크의 콘크리트 사이로 물이 새나오면서 선박 자체의 통과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나기도 했다. NYT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콘크리트 확보에 책정된 예산이 수주 당시 2위 업체보다 71%나 적었을 뿐 아니라 공사비 부족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강할 철근도 25% 적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 콘크리트 구조물 균열이 발견되고, 이를 때우는 식으로 공사가 마무리돼 여전히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도크 크기도 안 맞아…설계상 하자까지

도크 크기도 충분한 길이와 넓이가 확보되지 않는 등 설계상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이 1200피트에 달하는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이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선박 전후로 약 100피트의 예인선 2척이 필요한데, 도크 길이가 1400피트에 불과해 여유도 없다는 것이다.

도크의 폭도 180피트로 대형 컨테이너선이 들어오면 좌우 여유공간이 각 10피트밖에 안 돼 자칫 바람이 부는 등의 기상 조건에 따라 선박의 안전한 통과에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게다가 도크에 대형 선박을 띄우기 위해 채울 충분한 물이 확보되지 않는 등 총체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신문은 파나마운하청이 하루 12척의 네오파나막스급 선박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해운회사조차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물동량 부족으로 경제성에도 ‘빨간 불’

파나마 운하는 1914년 8월 개통 후 100여년 넘게 세계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기존 운하 폭이 32m에 불과해 컨테이너 기준으로 5000개를 실은 선박까지만 통과할 수 있어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하기에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번에 새로 확장 개통되면서 최대 1만3500개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까지 한 번에 실어보낼 수 있어 ‘병목현상’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물동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당초 기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외신은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의 내수 부진 등으로 파나마 운하가 확장공사를 시작할 당시 예상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