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에서 백반 식당을 하고 있는 A씨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업종을 바꾸고 가게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양강 인근에서 닭갈비 전문점을 열까 생각했지만 쉽게 확신을 갖긴 어려웠다. 이런 고민을 덜어준 게 네이버 빅데이터 포털인 ‘데이터랩’(datalab.naver.com)이다. 이곳에서 지난 6년간 ‘춘천’ ‘닭갈비’ ‘소양강’ 등의 키워드 검색 트렌드를 조사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2010년부터 해당 키워드의 검색량이 모두 지속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만 닭갈비는 계절에 따른 변화가 거의 없지만 소양강은 여름과 초가을에 비해 한겨울 검색량이 크게 낮았다. A씨는 “한겨울에도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관광객이 많은 줄 알았는데 데이터 검색으로는 차이가 뚜렷했다”며 “소양강 말고 다른 쪽을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검색부터 지식까지 '빅데이터 곳간' 연다
국내 1위 검색 포털인 네이버가 지난 10여년간 쌓아온 데이터 곳간을 개방하며 빅데이터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검색 키워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랩이 대표적이다. 데이터랩의 핵심 서비스인 ‘데이터 융합 검색’은 특정 시점 및 키워드별로 검색량을 비교해보고 각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까지 융합해 다양한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 지난 1월 문을 연 뒤 지금까지 데이터 융합 검색을 이용한 횟수만 2000건에 달했다. 네이버 측은 “대부분의 사용자가 비공개로 검색하고 있어 실제 공개 게시물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며 “그만큼 개인 사업이나 학술 연구 분야에 필요한 데이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말에는 지식 공유 플랫폼인 ‘지식iN’에 올라온 질문과 답변을 바탕으로 이용자 관심도, 인기 키워드 등 데이터를 공개하는 ‘지식iN 전당’도 열었다. 지식iN은 2002년 처음 선보인 뒤 지금까지 1억7000여건의 질문과 2억3000여건의 답변이 올라왔고 누적 이용자 수도 4700만명에 달했다. 지식iN 전당은 △숫자로 보는 지식iN △인기 질문 키워드 △채택왕·기부왕 등 우수 활동자 △성지 및 추천 Q&A △성별·세대별 관심사 등을 연도 및 월별로 살펴볼 수 있다. 2015년 질문 키워드 1위는 ‘메르스’였고 올해 1~5월에는 각각 △홈택스 △빅뱅 콘서트 △태양의 후예 △중간고사 △오버워치 등이 1위였다.

네이버는 자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올 3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기업인 플러스메이와 뷰티 및 건강 관련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맺었다. 플러스메이는 이 같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인 ‘퀸팁’을 선보였다. 퀸팁 앱에서 피부 상태와 트러블, 톤 등 기본 정보와 지금 쓰는 화장품의 평가 정보를 입력하면 자신과 비슷한 그룹의 빅데이터를 자동 분석해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해준다. 최근 중국 쇼핑몰 두 곳과 구매의향서 협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국내 1위 검색 포털로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형 빅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