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청웨이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CEO, 알리바바 출신 '영업의 달인'…4년 만에 중국 시장 80% 장악
2012년 6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젊은 직원 한 명이 회사를 떠났다. 동료들은 29세 청년의 퇴사를 하나같이 가로막았다. 전도유망한 알리바바 회사원 생활을 관두고 ‘망할 길’로 들어서지 말라는 충고였다. 알리바바 입사 8년 만에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부문 부총경리(부사장급)까지 올랐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 젊은이는 기어이 사표를 내고 회사를 차렸다. 회사의 이름은 샤오쥐커지. ‘중국판 우버’로 불리며 중국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디디추싱의 시작이었다. 모험을 감행한 청년의 이름은 청웨이다. 청웨이는 디디추싱의 최고경영자(CEO)로 창업 이후 4년간 애플 등으로부터 73억달러(약 8조50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260억달러(약 30조원)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국 경영전문지 포천은 청 CEO를 ‘40세 이하 중국 경영인 1위’로 꼽았고,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10대 경제인’으로 치켜세웠다.

알리바바에서 포착한 사업 기회

청 CEO는 1983년 중국 중남부 양쯔강 남쪽 장시성의 상라오에서 태어났다. 베이징화공대에서 행정관리학을 배웠고, 2005년 알리바바에 들어가 B2B(기업 간 거래)사업부문에서 일을 시작했다. 6년간 인터넷 전자기기를 팔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을 냈다. 알리바바의 대표적 ‘영업맨’으로 떠오르며 최연소 매니저가 됐다.

2011년에는 B2C 사업부문 부총경리로 알리페이 가맹점을 관리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온라인쇼핑몰의 결제시스템을 담당한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신용카드 보급률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알리바바는 신용카드가 없는 소비자를 위해 은행계좌에 기반한 결제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것이 바로 알리페이다. 청 CEO는 부총경리로 근무한 2년간 알리바바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결제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냈다.

청 CEO는 편리한 스마트폰 결제시스템을 근간으로 중국의 열악한 대중교통 해법을 고안했다. 바로 택시호출 사업이다. 서비스 내용은 한국 카카오택시와 비슷하다. 택시기사에게 스마트폰으로 탑승 요청이 오면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다. 동료들은 중국 택시기사들이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고 규제를 극복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만류했지만 청 CEO는 창업을 강행했다.

운전면허도 없는 청 CEO는 샤오쥐커지를 창업하고 석 달 만에 스마트폰용 택시호출 앱(응용프로그램) 디디다처를 내놨다. 청 CEO는 소비자가 쉽게 택시를 부를 수 있도록 음성호출 시스템을 도입했다. 출퇴근 경로를 사전에 입력해 버튼 하나로 택시를 부르는 기능도 넣었다. 디디다처는 2013년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이자 벤처투자회사인 텐센트로부터 1500만달러(약 173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관심을 끌었고, 1년 만에 택시호출 시장의 총아로 급성장했다. 중국 전자회사 레노버의 창업자인 류촨즈의 딸로, 명문 베이징대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아태지역 전무로 근무한 류칭의 합류도 청 CEO의 활약에 날개를 달아줬다.

경쟁사와 합병으로 중국서 압도적 1위

디디다처는 지난해(당시 시장점유율 43.4%) 또 한번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경쟁회사이자 ‘친정’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업계 1위 콰이디다처(시장점유율 56.5%)와 합병을 결행하면서다.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는 중국 내 택시호출업계에서 ‘선혈이 낭자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혈투를 벌여왔다. 두 회사는 2014년 초부터 상반기에만 각각 2450억원과 1750억원의 보조금을 택시기사들에게 지급했다. 합병은 출혈경쟁을 막고 중복투자를 예방하는 효과로 나타났다. 합병 의미에 대해 청 CEO는 “중국 인터넷 역사상 최대의 인수합병건”이라며 “중국 10위권의 거대 인터넷기업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회사의 이름은 디디추싱으로 정했다. 청웨이는 디디추싱의 CEO를 맡고 류칭은 사장에 올랐다.

중국에서 디디추싱의 존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사용자가 400개 도시에서 3억명에 이른다. 차량공유시장의 글로벌 강자인 우버의 공세 속에서도 시장점유율은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 겸 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는 중국에서 2등이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캘러닉 CEO는 디디추싱 설립 이후 인수를 제안했지만 청 CEO에게 거절당했다.

캘러닉 CEO는 지구촌 최대의 차량공유시장 격전지인 중국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인구 500만명 이상의 도시가 80개나 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직접 우버차이나의 CEO를 맡았다. 지난해에만 중국시장에서 1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청 CEO도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버와 한판 승부를 다짐하며 두 번째 ‘쩐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애플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550억원)를 투자받기로 하는 등 ‘군자금’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에는 중국 최대 국영보험사 중국생명보험이 6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디디추싱은 앞으로도 100억달러 이상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 CEO는 기사가 딸린 비즈니스 전용차 렌트서비스 등으로 자동차 공유시장의 전선을 넓혔다. 버스 공유서비스도 제공한다.

디디추싱은 우버의 기세를 꺾기 위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미국 등에서 우버 경쟁회사와 손을 잡으며 ‘반(反)우버 동맹’을 구축하기도 했다.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디디추싱이 중국 내 온라인 물류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해 신사업 발굴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청 CEO의 활약 뒤에는 불편한 진실도 있다. 수익성이다. 디디추싱은 그 어느 때보다 수익성이 높아졌다면서도 구체적인 회계 내용은 공개를 거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400개 도시 가운데 절반 정도는 적자를 보고 있다. 조만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회사 전체의 수지도 아직은 적자다. 국제 금융계와 산업계는 청 CEO가 키워낸 중국 최대 자동차공유 서비스 회사를 어떻게 정상화 반열에 올려놓을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