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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IZ School]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불확실성 커지는 미래 대비

입력 2016-06-23 16:10:45 | 수정 2016-06-23 16:11:20 | 지면정보 2016-06-24 B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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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원자재 시장 (1) 전망 활용법

유가 100불시대 셰일오일 양산
전망이 오히려 시장을 붕괴시켜

다수 의견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원자재시장서 다양한 헤징 어려워
손해 위험 완전히 피할 수 없어

문용주 < 글로벌마켓포커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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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5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투자은행이 국제 유가가 앞으로 2년 내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여 동안 국제 유가는 배럴당 40달러까지 폭락했다.

지난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원자재값이 올 들어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90%를 넘는 한국으로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형국이다. 반면 최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재 전망이 어려워지고 있다. 원자재 분석전문기관인 글로벌마켓포커스는 올해 원자재시장이 급등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원자재가격이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것인지, 하향 전환될 것인지 전망하는 것은 지난(至難)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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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에는 ‘미래대비예측’과 ‘미래영향예측’이 있다. 전자는 일반적으로 자연과학적 현상에 대한 예측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진이나 라니냐 역시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비하는 것 외에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반면 미래영향예측은 우리의 예측이 향후 발생할 사건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주로 사회현상에서 벌어지곤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1997년 한국을 덮친 외환위기, 그리고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실제로 당시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공포’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두 경우 모두 당시 한국 경제는 견고하며 이의 영향은 제한적인 범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공포심으로 인해 실제로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당초 예상보다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소위 말하는 ‘자기실현적 예측’, 즉 자신의 기대대로 행동하면 결국 당초 전망과 달리 바라는 대로 실현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이 시기를 전후해 경제학적, 혹은 통계적(소위 ‘과학적’이라 말하는) 전망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됐다. 경제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가정 아래 논리를 전개한다. 이를 ‘블랙박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사고와 선택의 복잡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이 문제는 과학적 전망이 17세기 물리학자 뉴턴의 ‘결정론’을 따른다는 사실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결정론이란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에 대응한다는 철학이다. 전통적인 통계적 전망은 과거의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가정 아래 하나의 변수가 하나의 결과로 귀결된다는 논리로 미래를 보는 눈일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복잡한 사회관계망 속에서 인간의 행동 패턴은 다양하게 표출된다. 합리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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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이 오히려 시장을 붕괴시킨 사례가 셰일오일이다. 2011년 원자재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제 유가 역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회복했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오일 생산이 본격화됐다. 셰일오일이란 셰일암을 기계적으로 분쇄해 그 안에 함유돼 있는 원유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생산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시 유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생산이 급속히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전 세계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 이에 따른 유가 급락의 한 요인이 됐다. 셰일오일 생산업체 역시 상당수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전망은 무용지물인가.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는 이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영화 속 주인공은 예지자 세 명의 전망 중 다수를 ‘머저리티리포트’로 채택하고 예측된 살인 현장에서 살인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만약 이 전망에 따라 그 살인사건을 막았다면, 예측은 틀린 것인가.

예측은 본래 불명확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델포이 신전에서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은 신탁자에게 페르시아를 침략해도 좋은가 질문했다. 그 답은 침략을 한다면 강력한 제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크로이소스는 이를 침략해도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무너진 것은 강력한 자신의 제국이었다. 전망 자체는 맞았다. 전망 해석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원자재시장에서 전문 투자자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헤징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선물은 매수포지션과 매도포지션을 같이 잡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업과 같은 실물수요자들은 이런 헤징 방법을 채택하기 어렵다. 실제로 기업들은 서로 다른 예측 중 다수 의견을 머저리티리포트로 선택하고 기타 의견은 마이너리티리포트로 폐기하곤 한다. 채택한 전망에 따라 원자재를 미리 매수 혹은 매도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정할 뿐이다. 따라서 손해 위험 가능성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성과는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2000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펀드매니저와 원숭이가 주식 투자 대결을 벌인 일, 2010년 러시아에서의 침팬지와 펀드매니저 간 대결, 2009년 한 국내 증권사의 앵무새와 개인투자자 간 대결 모두 인간이 패했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에 마주친 한국 기업들은 전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의 기상예보관으로 일했다. 그는 동료에게 이렇게 털어놓는다. “사령관도 예보가 형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려면 예보가 필요해.” 전망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의 전망에 집착하기보다는 다양한 전망별로 시나리오를 작성해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위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전망이란 미래는 예측 가능하며, 단 하나의 숫자로 세상을 내다볼 수 있다는 일견 거만한 태도다. 반면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이다.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한국 기업이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 도입을 확대하는 이유다. 미래영향예측이 아니라 미래대비예측을 위해서다.

문용주 < 글로벌마켓포커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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