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대문 안 재개발이 사실상 금지된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인근 재개발 사업지인 옥인1·사직2·충신(종로구), 성북3(성북구) 등 4곳을 정비구역에서 이르면 다음달 직권해제키로 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에도 ‘서울 2025 도시환경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낙원동, 효제동, 종로2·3·5가, 충무로5가 등 상업지역 재개발구역 110만여㎡를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경관 보호 차원에서 신축 빌딩 높이를 90m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역사도심 기본계획’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4대문 안에서는 주거·상업지역에 대한 재개발이 불가능해진다. 주거환경이 열악해도, 상권이 죽어가도 개선할 방법이 없다. 박원순 시장의 이상한 ‘도심 재생’ 구상이 착착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소중한 재산권이 시장 개인의 ‘도시관(觀)’에 따라 이렇게 위협받아도 되는 것인가. 종로구 사례를 보면 시민의 권리가 철저히 유린됐음을 알 수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거주자들은 미래가치를 기대하고 현재를 희생하면서 살아간다. 개발사업이 갑자기 백지화되는 것은 이들의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직권해제 예정지인 종로의 3개 구역 가운데 옥인1구역 조합은 2009년 사업시행인가계획을 받은 뒤 서울시와 종로구가 재건축 최종 인허가를 미루자 소송까지 벌였다. 결국 지난해 4월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사직2구역도 2013년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에 호소했고 두 기관 모두 종로구청에 이른 시일 안에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시가 직권해제하겠다고 나섰으니 시민 입장에서는 대체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는가.

서울시는 역사문화 유산을 보존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보존’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난개발과 노후주택을 보존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서울시는 한강조차 ‘자연성 회복’이란 구호로 개발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개발은 악이고 보존은 선이라는 오도된 관념에 기초한 방향 착오다. 문제의 뿌리는 박 시장의 ‘도시관’이다. 메가시티인 서울에 촌락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구상부터가 잘못이다. 세계적인 신도심화(New Urbanism) 현상과도 정반대요 도심의 밀도를 높이고 고층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조언은 들어 본 적도 없는 모양이다.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소위 보존지역에는 해방 후 난개발과 흉물화한 외관이 보존될 것이다. 공중에서 투하되는 폭탄이 아니라 오도된 도시관이 서울을 파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