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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양비귀꽃

입력 2016-06-22 17:40:42 | 수정 2016-06-23 00:11:35 | 지면정보 2016-06-23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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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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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양귀비’ 해프닝은 예전에도 많았다. 별생각 없이 마당가에 심었다가 경찰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기겁을 하곤 했다. 엊그제는 경북 안동시가 도로변에 조경용 개양귀비를 잔뜩 심었다가 마약 성분을 지닌 양귀비가 섞여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급히 폐기했다.

양귀비는 당 현종의 총애를 받은 절세미녀의 이름값만큼 색상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열매의 유액으로 아편을 만들기 때문에 아편꽃, 약담배로도 불린다. 고대 그리스의 ‘오피움(opium)’이 한자로 음역되면서 아편으로 굳어졌다. 기원전 1500년부터 이집트에서 잠을 청하기 위해 양귀비즙을 활용했다는 걸 보면 마취·수면제로 쓰인 역사가 길다.

로마 신화에도 잠의 신 솜누스가 여신을 잠재우려고 양귀비를 줬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녀가 깊은 잠에 빠졌다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활기를 되찾았다 해서 죽음과 부활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마약 성분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서 재배를 금하고 있지만 불가리아, 그리스, 인도, 일본, 터키 등에선 마음대로 심고 거둔다. 중국은 13세기에 약품으로 들여왔다가 영국 동인도회사의 대량 보급 때문에 온 나라가 휘청거리는 바람에 아편전쟁을 겪고 온갖 굴욕도 당했다.

원예용인 개양귀비에는 마약 성분이 없다. ‘개’는 개나리, 개살구의 개처럼 ‘별볼일 없다’는 뜻이다. 관상용으로 인기여서 꽃양귀비로도 불린다. ‘마약 양귀비’와 구별하는 법은 간단하다. 양귀비는 꽃잎이 뾰족하고 줄기에 솜털이 없으며 키가 크다. 개양귀비는 꽃잎이 둥글고 줄기에 털이 많으며 키가 작다. 열매에서 유즙도 나오지 않는다.

일명 애기아편초로 불리는 개양귀비를 중국에선 우미인초라고 한다. 항우의 애첩 우미인이 자결한 뒤 무덤가에 피어났다고 붙인 이름이다. ‘그때의 옛일 이미 자취 없이 사라진 지 오래거니, 임의 술잔 앞에서 슬퍼하던 몸부림 이제는 누굴 위해 저리도 하늘거리는가(當年遺事久成空 慷慨樽前爲誰舞)’라는 증공(曾鞏)의 애절한 시가 여기에서 나왔다.

영국에서는 개양귀비를 현충일 조화로 널리 쓴다. 1차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11월11일 이 꽃을 놓고 저마다 묵념하고 하루종일 가슴에 달고 다닌다. 영연방 국가도 그렇다. 연합군 소속 캐나다 군의관이 전우의 장례를 치른 뒤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개양귀비를 보며 쓴 시 ‘플랜더스 들판에서’를 낭송하기도 한다. 겉보기엔 화려한 꽃에 이렇게 많은 사연이 숨어 있다. 양귀비의 별칭이 경국지색(傾國之色)인 것 또한 그러리라.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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