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금융공기업에 초대형 인사 태풍이 불어닥친다. 6개 금융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3개 금융 유관 기관장 임기가 이 기간에 끝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임명하는 대규모 금융공기업 인사인 만큼 벌써부터 자리를 차지하려는 물밑 경쟁이 뜨겁다. 몇몇 현직 CEO가 연임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현직 경제관료와 해당 금융공기업 출신 인사들이 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공기업 CEO 교체' 큰 장 선다
인사태풍 예고된 금융공기업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기업 CEO 가운데 남은 임기가 가장 짧은 CEO는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다.

서 이사장의 임기는 9월30일까지다. 이사장 모집 공고부터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금융위원장 제청, 대통령 임명까지 통상 2개월가량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보는 이르면 다음달 말 차기 이사장 공모에 나서야 한다.

안택수 전 이사장을 제외하면 연임에 성공한 이사장이 없다. 다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단위 연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도 있다.

11월에는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11월17일)과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11월27일) 임기가 끝난다. 두 금융공기업 역시 CEO가 연임한 전례가 거의 없었다. 자산관리공사와 예탁결제원 역대 사장들은 대부분 경제관료 출신이었다.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임기는 각각 내년 1월13일과 3월5일 끝나지만 차기 CEO는 연말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공무원들이 차기 CEO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으로 정부 산하 기관장을 퇴직 관료가 맡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민간 출신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기업·우리은행장 연말 임기만료

하반기 있을 금융공기업 및 유관 기관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행장의 거취다.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모두 연말 임기가 끝난다.

권 행장의 임기는 12월27일까지로, 금융계에선 임명 당시 국내 첫 여성 은행장으로 주목받은 권 행장의 연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교체 가능성을 얘기하는 이들이 더 많다.

고(故) 강권석 전 행장을 제외하면 기업은행장 중 연임을 한 사례가 없다. 기업은행 내부에선 권 행장이 연임하지 않더라도 조준희 전 행장과 권 행장에 이어 기업은행 내부 출신이 새 행장에 오르기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지만, 외부 출신이 선임될 것이란 예상이 만만찮게 나온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임기도 12월30일로 끝난다. 이 행장은 2014년 말 취임 때 “2년 안에 민영화를 이루겠다”며 종전까지 3년이던 행장 임기를 스스로 2년으로 줄였다. 금융위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못한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조만간 재추진할 예정이어서 올 하반기 민영화 진행 상황에 따라 이 행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 행장이 재임 2년간 우리은행 실적 및 재무 상태를 호전시켰다는 점에서 민영화에 관계없이 연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51.06%를 보유한 최대주주여서 은행장 인사에 정부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기업은 아니지만 정부 영향력이 큰 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의 임기도 9월30일 끝난다. 한국거래소 안팎에선 지난 19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안 된 탓에 무산된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가 20대 국회에서 재추진될 경우 최 이사장이 1년 더 연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일규/이태명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