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금융소득에 붙는 세금의 면세 기간을 ‘5년’에서 ‘평생’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관련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찬성할 가능성이 높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법 개정안의 세제 혜택은 강력하다. 4인 가족이 10년 이상 납입 한도를 채웠다고 가정하면 매년 절감할 수 있는 금융소득세가 수백만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혜택 커지는 'ISA 시즌 2'…4인 가족 10년 이상 부으면 매년 수백만원 세 절감
◆주부, 은퇴자도 ISA로

최운열 더민주 의원이 내놓는 개정안엔 세금 혜택을 주는 기간과 범위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선 평생 한 푼도 세금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현행 제도는 5년간 금융소득 200만원(연봉소득 5000만원 이상 기준) 이하까지는 세금을 받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소득에 대해서는 9.9%의 세금을 분리과세하도록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 비과세가 시행되면 실질 투자수익률이 높아진다. 금융상품을 통해 1000만원의 수익을 냈다고 가정할 때 원칙적으로 내야 할 세금은 수익의 15.4%인 154만원이다. 하지만 ISA를 활용하면 세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체 소득 중 200만원은 세금이 없고 나머지 800만원에 대해선 9.9%인 79만2000원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더민주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79만2000원의 세금 역시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온다.

개정안은 또 ‘평생 비과세’ 혜택과 함께 연간 납입 한도를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담는다. ISA가 부자들의 절세수단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더민주가 납입 한도를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도 문제는 가족 명의를 동원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ISA 가입이 불가능했던 가정주부, 은퇴 생활자, 미성년자 등이 가세하는 만큼 가구당 납입 금액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5년이었던 납입 기간이 수십년으로 길어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10~20년 동안 꾸준히 납입 한도를 채우면 가구당 3억~4억원씩을 ISA에 예치할 수 있는 만큼 연간 1000만원이 결코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심형보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송파본부점 프라이빗뱅커(PB)는 “ISA로 매년 5%씩 수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원금 1억원당 77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며 “원금이 5억원인 가구는 매년 385만원씩을 절감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가 되지 않기 위해 ISA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테크로 얻은 소득을 ISA로 꾸준히 덜어내는 것만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당은 다소 미온적

전문가들은 더민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ISA 도입을 이끌었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ISA를 도입한 일본과 영국 등이 가입 자격, 면세 범위 등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개정안을 발의하는 최 의원은 “ISA는 여야가 필요성을 공감하는 제도”라며 “쟁점 법안이 아닌 만큼 큰 잡음 없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3당인 국민의당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새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손대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이다.

금융회사들도 더민주 ISA 개정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새 제도가 통과되면 ISA의 저변이 더 넓어질 것이란 판단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정주부와 은퇴 생활자들은 여유시간이 많고 금융회사도 자주 찾는다”며 “근무 시간 중 짬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보다 오히려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ISA는 지난 3월14일 처음 도입된 제도다. 한 계좌 안에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상품을 함께 담을 수 있다. 지난 10일 기준 가입 금액은 2조569억원이며 계좌당 평균 93만원이 유입됐다. 매월 2조원씩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당초 업계 전망보다는 저조한 성적표다.

송형석/이현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