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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우리', 홍수·전쟁에도 살아남은 인류의 생명력

입력 2016-06-22 18:02:58 | 수정 2016-06-23 00:40:24 | 지면정보 2016-06-23 A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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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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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를 보는 듯했다.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 중인 연극 ‘가까스로 우리’는 5000년 동안 빙하기와 홍수, 전쟁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는 앤트러버스 가족의 이야기다. 재난 앞에 계급화되는 사람들, 가족이라는 가깝고도 먼 관계, 그런데도 끝까지 살아남고야 마는 뜨거운 생명력이 닮았다. 소재는 비슷하지만 극을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히 연극적이다. 영화가 사실적인 묘사와 특수효과로 관객을 몰입시킨 데 비해 연극에서는 그런 요소를 배제한다. 새하얀 무대는 텅 비어 있다. 의자 몇 개와 커다란 식탁만이 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2년 이 작품(희곡)을 발표해 세 번째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손턴 와일더는 관객을 인류의 반복되는 역사 속으로 안내한다. 시대와 공간이 혼재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빙하가 인류를 위협할 때 인간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과 생의 의지로 살아남는다. 홍수가 들이닥쳤을 땐 앤트러버스 부인의 가정에 대한 확신과 신념으로 살아남는다. 재난을 이겨내자 인간은 내부의 적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전쟁이 일어나지만, 앤트러버스 가족은 인간 내면에 잠재한 죄악을 인정하면서 위기를 극복한다.

끔찍한 상황에서 절망하는 인간을 그리면서도 연극은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앤트러버스 가족의 가정부이자 앤트러버스와 불륜을 저지르는 사비나는 관객에게 “나 이 연극 싫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라며 한탄한다. 관객이 연극과 거리를 두게 함으로써 오히려 극의 주제의식을 상기시킨다.

극장을 새로운 우주로 만든 연출가 박지혜의 솜씨가 탁월하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한국 정서에 맞게 변형돼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120분의 공연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멸망의 순간마다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다. 그런데도 연극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 앤트러버스는 바퀴를 발명하고, 숫자 100을 발견하며,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보고인 책을 소중하게 보관한다. 딸 그래디스의 품에는 새 생명이 잠들어 있다. 사비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객석을 향해 말한다. “우리는 아직도 한참을 계속해서 가야 돼요. 앤트러버스 부부의 머릿속은 계획으로 꽉 차 있고, 모든 걸 시작한 첫날처럼 자신만만해요.” 오는 26일까지, 3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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