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사진=각 사 홈페이지
(왼쪽부터)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사진=각 사 홈페이지
[ 안혜원 기자 ]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스마트폰 구매에 앞서 고민에 빠졌다. 그가 새차로 바꾸려는 쉐보레의 신형 말리부는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 갤럭시폰과 차량내 인포테인먼트 연동이 불가능하다. 애플의 카플레이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평소 음악을 즐겨듣는 등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중요시하던 그는 이전에 쓰던 아이폰 대신 갤럭시를 구매하고 싶지만 국내 차종에선 안드로이드 오토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카플레이가 지원되는 애플 제품을 또 다시 구매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애플의 스마트폰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동하는 카플레이를 시판 차종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데다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카플레이는 전화 통화와 음악 재생, 문자메시지, 시리(음성인식)와 같은 아이폰의 기능을 차량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구현해준다. 하지만 카플레이와 비슷한 기능을 갖춘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는 법적 규제로 당분간 도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 따르면 애플 카플레이를 도입하는 차종이 늘면서 아이폰 구매자의 인포테인먼트 이용이 확대됐다. 반면 구글 기반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차량 연동형 인포테인먼트 기능 사용에 제약이 크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달 초부터 국내 판매 중인 쏘나타에도 해외용 차량과 마찬가지로 카플레이를 도입했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G80에도 카플레이를 채택했다. 기아차도 최근 출시한 2017년형 카니발에 애플 카플레이 시스템을 장착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출시할 주요 신차에 카플레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그랜저와 신형 i30에도 카플레이를 탑재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향후 출시되는 신차 및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순차적으로 애플 카플레이를 적용할 방침"이라며 "기존 모델 또한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장착한 차량일 경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지난해 5월부터 쉐보레 스파크와 말리부, 임팔라 등에 카플레이를 적용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선보인 것.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초기에는 자신들이 독자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대부분 운영했지만 애플, 구글 등 스마트폰 기반의 시스템에 비해 콘텐츠의 양적인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며 "차량 구입 고객이 카플레이 등을 기본 설치한 자동차를 선호하면서 이를 채택하는 업체가 계속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의 탑재는 지연되고 있다. 법적 규제 때문. 안드로이드 오토에 설치되는 지도 시스템은 국가중요보안시설까지 표기한다. 이는 안보와 국방을 이유로 국내 전자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막고있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과 '국가공간정보기본법'에 저촉된다.

국내에서 안드로이드 오토의 차량 적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스마트폰의 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20대 여성 소비자는 "비슷한 기능이라면 차량과 연동되는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사용이 늘면서 차량과 연동되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