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뻗는 국산 원료의약품] 유한양행, 국내서 처음으로 원료의약품 수출 2000억 넘을 듯
원료의약품(API)은 유한양행(대표 이정희)의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2011년 69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원료의약품은 지난해에는 1873억원을 달성했다. 4년 만에 매출이 2.5배 이상 늘어나며 유한양행의 주력으로 급부상했다. 전체 매출에서 원료의약품 비중은 지난해 기준 18.4%이지만 전문 의약품 판매를 크게 웃도는 수익성으로 회사의 ‘캐시 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은 수출 비중이 95%에 달한다. 수출 의약품 대부분이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제약사에 대한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는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원료의약품만으로 2000억원의 매출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선진국 시장을 겨냥해 프리미엄 원료의약품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설비(cGMP)를 갖춘 게 원료의약품의 대규모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제적 투자로 선진국 시장 공략

[해외로 뻗는 국산 원료의약품] 유한양행, 국내서 처음으로 원료의약품 수출 2000억 넘을 듯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선 신약이든 개량신약이든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 중간체 및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사업은 미국 및 유럽시장 등 선진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신약개발 단계부터 협력, 공정개발연구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세파계 항생제 원료와 복제약 원료가 주력 수출품이던 1990년대 후반 인도 중국 등의 저가 원료의약품과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했다. 상당 기간 매출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선진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글로벌 cGMP 기준에 부합하는 공장 설비에 과감히 투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항바이러스 의약품인 ‘리바비린’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실사를 지적 사항 없이 통과하며 선진국 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다국적 제약사에 의약품 중간체와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사업이 본격화했다. 유한양행은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보건당국의 허가 기준을 통과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구자용 동부증권 연구원은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유한양행에 원료의약품은 회사 성장을 이끄는 핵심 사업”이라며 “길리어드 등 다국적 거래처의 실적을 감안할 때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제약사 파트너사로 성장

[해외로 뻗는 국산 원료의약품] 유한양행, 국내서 처음으로 원료의약품 수출 2000억 넘을 듯
유한양행은 세계 유수의 다국적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이들의 신약개발 단계부터 참여, 공정개발과 최적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임상 및 임상용 원료의약품과 핵심 중간체를 공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수한 품질의 에이즈치료제, C형간염 치료제, 페니실린제제 등의 원료의약품을 선진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유한양행으로부터 원료를 제공받는 길리어드의 C형간염치료제인 ‘하보니(Harvoni)’와 애브비의 ‘비에키라 팩(Viekira Pak)’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 수출도 탄력이 붙고 있다. 하보니는 지난해 세계에서 약 15조원어치가 팔린 초대형 의약품이다. 미국 유럽뿐 아니라 일본 제약사들에도 당뇨치료제 항생제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등 선진국 비중이 커진 게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 중심으로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원료 외부조달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상위 다국적 제약사 중심으로 현재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원료의약품을 아웃소싱하는 방향으로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유한양행이 올초 경기 화성의 유한화학 제2공장 신축을 완공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겨냥해서다.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은 100% 자회사인 유한화학이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구분 없이 자국민 건강보호를 위해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생산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게 갈수록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