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신설한 숙명여대, 용산에 '한국형 실리콘앨리' 추진
숙명여대가 혁신에 나서고 있다. 올초 공과대학을 신설하고 교수 채용을 공개형으로 전환했다. 그 덕분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유명 공대 출신들로 교수 진용을 갖췄다. 서울 도심에서 가까운 대학이라는 장점을 살려 용산 전자상가와 연계해 창업공간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숙대-용산밸리’ 구축도 구상 중이다.

혁신이 가져올 10년 뒤 숙대

선발주자인 이화여대가 20년 전 공대를 출범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숙명여대는 후발주자다. 숙대는 ‘추격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쟁 대학들이 학과 간 칸막이에 발목이 잡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숙대는 미래형 융복합 학문 위주로 이공계를 재편 중이다. 백지에 새롭게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미다.

황선혜 총장, 오중산 기획처장 등이 주도하는 숙명여대 혁신의 골자는 ‘미래형 여성 인재’ 양성이다.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헬스케어 등 새롭게 등장할 산업 수요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올해 신설한 공과대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화공생명공학부와 IT(정보기술)공학전공이 각각 60명, 40명의 신입생을 받으며 올해 출범했다. 내년엔 전자공학전공, 소프트웨어융합전공, 기계시스템학부를 추가해 총 423명, 8개 전공으로 구성된 ‘완전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래 산업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차별화된 교수진도 갖추기 시작했다. 2차전지 등에 쓰이는 첨단 소재와 바이오·의료 등을 다루는 화공생명공학부는 MIT, UC버클리 출신 교수 6명을 채용했다. 8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이들은 네이처나노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과학 저널에 논문을 싣는 등 연구 역량을 검증받았다. 화공생명 분야에선 경쟁자인 이화여대의 ‘전력’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자공학과, 기계시스템학부도 다음달 공개경쟁으로 교수를 뽑을 계획이다.

450억 실탄 확보, 여대 중 ‘최강’

숙명여대 공대의 지향점은 철저하게 산업 수요에 맞춰져 있다. 오 처장은 “전공마다 산학협력 및 취업을 위한 타깃 산업을 정하고 동시에 공대 전체로도 뚜렷한 목표를 갖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분야만 해도 화학공학에선 신소재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연구하고, 응용물리전공으로 이전된 나노물리에선 자동차용 반도체를, 신설하는 전자공학에선 차량용 센서류를 연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산학 연계도 한층 강화한다. 이시우 공대 학장은 “LG화학 한화케미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기업과의 연계 교육과정을 준비 중이고 기업에 파견하는 현장실습 학생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용산구청 등과 협력해 용산 전자상가를 뉴욕 맨해튼의 벤처 밀집지역인 ‘실리콘앨리’처럼 키우겠다는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오 처장은 “용산 전자상가는 IT 관련 각종 부품이 밀집해 있는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라며 “숙대의 전자공학, IT공학 연구와 연결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대학의 창업이 주로 아이디어를 근거로 하고 있다면 숙대와 용산의 결합은 아이디어를 즉각 상용화 모델로 발전시키는 창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숙명여대의 이 같은 혁신은 지난달 날개를 달았다. 정부의 특성화 지원 재정사업인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에 선정돼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총 450억여원의 ‘실탄’을 지원받게 됐다. 입학생 중 공학계열 비율을 내년 18%까지 늘리고 산업 수요에 맞는 신설 학과를 대거 늘리는 데 대한 지원이다.

오 처장은 “공대 신입생 전원이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동휘/김동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