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결정 소식을 전해들은 대구·경북과 밀양,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밀양 확정설’로 고무됐던 대구·경북지역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밀양 유치를 추진해온 강주열 남부권 신공항추진위원장은 “4개 시·도는 불필요한 유치경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정치적 고려 없이 예정대로 발표하라고 촉구했는데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장으로서 이번 정부의 결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며 “용역과정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비즈니스와 항공화물 물류에 새로운 전기를 기대했던 전문가들과 기업인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밀양 신공항 유치 싱크탱크 역할을 한 한근수 대구경북연구원 신공항 정책연구팀장은 “2014년 수출 기준으로 영남지역 항공화물 가운데 54.4%가 대구·경북에서 발생하고 울산·경남이 30.5%, 부산이 15.1%로 대구·경북이 그만큼 제2관문공항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밀양 역시 “정부가 국민을 농락했다”며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김해공항을 확장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해야 했다”며 “밀양 시민을 우롱하고, 시민을 지치게 하고, 지역 땅값만 올리는 등 부작용만 낳은 결정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했던 부산 지역 역시 반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정부의 이번 발표는 눈앞에 닥친 지역 갈등을 우선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해공항은 확장한다 해도 24시간 운영은 여전히 불가능하며, 시민들이 우려하는 안전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간절하게 원했다”고 말했다. 서 시장은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 제2허브 공항으로 가덕 신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맞섰다.

하지만 신공항 예정지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결정을 반겼다. 하남읍에서 꽈리고추를 재배하는 김모씨(57)는 “애초 이런 곳에 공항이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대구=오경묵/밀양=김해연/부산=하인식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