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미술관은 그 도시의 얼굴이다. 이곳에 걸린 작품을 보면 지역 고유의 예술 감수성과 그간 가꿔온 문화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같은 세계 주요 도시를 여행할 때면 한 번쯤 도시 이름이 붙은 미술관에 들르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부산은 지금 얼굴 없는 ‘무안(無顔)’한 도시다. 지역 대표 미술관인 부산시립미술관이 올해 미술관을 통째로 뜯어고치는 대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이 미술관은 2016년부터 비만 오면 건물에서 물이 줄줄 새 작품을 전시하기 힘들었다. 온·습도 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작품을 망가뜨리는 일도 있었다. 태풍이 오면 전시실 곳곳에 쓰레기통을 세워 빗물을 받고, 제습기로 물을 빼내야만 했던 부산시립미술관은 작가와 소장가들은 물론 다른 국·공립 미술관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작품 대여 기피 대상으로 통했다.지난해 열린 일본의 유명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엔 “국제적 망신거리”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혈세 20억 원을 들여 전시를 유치하고도, 당초 5개월가량으로 계획했던 전시 기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nb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의 꽃’이자 지역 예술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한다. 뉴욕, 파리, 베를린, 빈 등 예술 강국으로 이름깨나 날린다는 도시들 모두 세계적으로 저명한 오케스트라를 가진 이유다. 이런 지역 오케스트라들은 상당한 비용의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악단 운영 실태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건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된 공식 통계조차 없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국공립 교향악단의 수는 30개 내외. 여기에 지자체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구립 오케스트라, 아마추어·청소년 오케스트라까지 합치면 어림잡아 50개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 정확히 몇 개의 오케스트라가 있고, 이들이 연간 몇 회의 공연을 하는지 등의 정보가 민간은 물론이고 공공 단체들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각자 운영 중인 오케스트라를 부처에 전달하고 있지만 채임버 등 작은 오케스트라까지 포함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며 “지자체마다 기준이 달라 때문에 명확한 통계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서울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대문구립오케스트라, 성동구립오케스트라, 송파구립오케스트라 등 각 서울 자치구 문화재단들은 다양한 용도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지만, 각 재단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어 실태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반면 가까운 일본은 30여 년 전부터 ‘일본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회’(AJSO)라는 연맹 단체를 결성해 매년 오케스트라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38개의 회원을 둔 이 협
"바빠서 읽을 시간 없어요."일하느라, 공부에 집중하느라 여유롭게 문학이나 철학, 자기계발서 한 권 읽을 시간 없다. 그럴 듯하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이런 이유를 대며 1년 동안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유튜브와 틱톡 등 SNS에 빠져 책과 담을 쌓았다고 여겨졌던 10대 청소년은 10명 중 9명이 책을 읽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결과에서다. 어른이 되면 책과 멀어지는 사회, 과연 바꿀 수 있을까. “일하느라, TV 보느라” 책과 멀어진 어른들문체부가 격년마다 발표하는 이 조사는 한국인 독서실태와 독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준다. 성인 5000명과 초·중·고등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선 청소년의 독서가 활발해진 반면, 책 읽는 성인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간(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 종합독서율은 43.0%로 직전 조사 대비 4.5%포인트(p) 감소했다. 성인 절반 이상이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단 의미다. 지난 1년간 읽었거나 들어본 일반도서 권수를 뜻하는 종합독서량도 0.6권 줄어든 3.9권에 그쳤다.성인들은 책을 읽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24.4%가 ‘일 때문에’라고 답했고, ‘책 이외 매체(스마트폰·TV·영화·게임 등)를 이용해서’란 응답도 23.4%로 많았다. 성인 67.3%가 정작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일하느라 바빠서, 남는 시간엔 유튜브 등을 보며 심신을 달래느라 책 읽을 시간을 낼 수 없었단 것이다.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 ‘어떤 책을 읽을지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