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공지능(AI) 몽타주 기술을 활용해 38년 만에 실종자를 찾는 데 성공했다. 과거 사진을 바탕으로 현재 모습을 추정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AI 몽타주 기술이 핵심 역할을 했다.
38년 전 미아 찾아준 'AI 몽타주' 기술
51세 A씨는 13세이던 1978년 7월 경기 수원시 집 부근에서 실종됐다. 한동안 A씨를 찾다 포기한 가족은 최근 모친이 위독해지자 다시 그를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 KIST의 3차원(3D) 몽타주 소프트웨어 ‘폴리스케치’였다.

경찰이 폴리스케치를 활용해 실종 당시 A씨와 가족사진을 바탕으로 현재 나이의 A씨 모습을 추정, 몽타주를 작성했다. 이를 토대로 한 달여 탐문 끝에 지난 4월 제보를 통해 A씨를 찾았다. 경찰이 3월 이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장기 실종자 15명의 몽타주를 작성한 이후 거둔 첫 성과다.

지금까지 범인이나 실종자의 인상착의를 담은 몽타주는 전문 요원이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직접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990년대 도입된 기존 몽타주 소프트웨어는 전체 얼굴 형태를 고르고 눈, 코, 입, 눈썹 등 제한된 몇 가지 샘플을 조합해 얼굴을 짜맞추는 방식이다. 목격자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지고 얼굴 개성이나 전체적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익재 책임연구원 등 KIST 연구진이 개발한 폴리스케치는 얼굴 생김새뿐만 아니라 목격자 진술에 따라 나이와 인상까지 반영한 몽타주 소프트웨어다. 권위적이라거나 어려 보인다는 식의, 말로는 표현하기 쉽지만 몽타주로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물의 나이별 인상을 추정하는 얼굴 변환 기능이 유용하다. 간단한 마우스 조작으로 20세 청년 몽타주를 바탕으로 3세 아이부터 81세 노인까지 얼굴을 추정해낼 수 있다. A씨를 찾은 것도 이 기술 덕분이다.

연구진은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AI 기계학습을 통해 한국인 남녀노소 900명의 인상별 특성을 숫자로 매겼다. 눈, 코, 입 길이와 얼굴형 같은 신체 특징부터 인상과 나이에 따라 나타나는 주름살이나 피부색 같은 얼굴 특성도 반영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해외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실물과 정확도를 비교한 결과 80% 이상의 유사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KIST는 미래창조과학부가 2011~2014년 지원한 3D 몽타주 생성 및 연령별 얼굴 변환 예측 기술을 개발해 휴먼아이씨티로 기술을 이전했다. 지난해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북한에 있는 가족의 옛날 얼굴 사진에서 현재 모습을 찾아주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한 단계 더 발전한 몽타주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벨기에 루벤가톨릭대 연구진은 사람 DNA에서 얼굴 특징을 좌우하는 곳을 알아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3D 얼굴을 만들어내는 몽타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몽타주 기술은 과학수사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게임 캐릭터 개발과 성형수술 분야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