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표절잔혹사'
SBS 예능 '심폐소생송'과 똑같아
'극한도전'도 MBC '무한도전' 베껴
‘명곡이었구나’는 ‘노래 깨우는 자’가 한 노래의 1절을 부르면 현장 관객 200명이 노래를 깨울 것인지 투표하고, 120표 이상 획득하면 원곡자가 무대에 등장해 남은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이는 심폐소생송의 규칙과 정확히 일치한다. 심지어 MC가 규칙이나 취지를 설명하는 오프닝마저 똑같았다.
중국 방송사들의 한국 예능 프로그램 표절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은장적 가수(隱藏的歌手·‘숨은 가수’라는 뜻)’가 중국 지역 지상파와 온라인을 통해 방송됐다. JTBC 관계자는 “숨은 가수라는 뜻의 제목부터 세트 및 카메라 워크, 편집 방식까지 자사 대표 프로그램 ‘히든싱어’를 모두 베꼈다”며 “어떤 논의도 없이 별도로 제작된 프로그램으로 엄밀히 말해 표절”이라고 밝혔다.
중국 둥팡위성TV에서 지난해 7월 방영한 ‘극한도전’도 MBC ‘무한도전’을 그대로 베꼈다. ‘극한도전’은 ‘스피드 특집’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극한알바’ 등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일부 에피소드들을 짜깁기해 물의를 빚었다. 이 밖에도 ‘청춘불패’ ‘슈퍼맨이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개그콘서트’ 등을 그대로 따라 한 프로그램들이 중국에서 제작·방송됐다.
이렇게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히든싱어를 연출한 조승욱 JTBC CP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표절 행위를 미리 막거나 제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절이 확인되면 방송사 차원에서 해당 프로그램 측에 항의하지만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중국 저작권 관련 법률이 미비해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코엔미디어 관계자는 “개별 방송사·제작사 차원에서 바로 잡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송사·독립제작사협회 등에 협조를 요청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필 한경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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