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심하거나 향후 선거에 불리하다 싶은 정책은 죄다 차기 또는 차차기 정부로 미루는 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른바 님트(NIMT: not in my term, 내 임기 중에는 불가) 현상이 만연한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퇴보만 거듭하게 된다.

사용후 핵연료 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 정부가 들어설 당시에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하더니 2028년까지 부지를 선정하겠다며 차차기 정부로 미루고 말았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보다 부지선정 시기를 8년이나 늦춰 잡은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준위 방폐장은 지질조사 등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 부지 선정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차차기 정부 말에 가서도 된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사용후 핵연료 관리시설 확보시점 이전까지 원전 내 저장시설이 부족할 경우 원전발전사업자가 지역과 협의해 확충하라는 식이니 정부는 뭐하러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결국 현 정부도 폭탄돌리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도 마찬가지다. 골치 아픈 건 다 다음 정부로 미뤄 놓았다. 폐업이 유력하던 석탄공사 문제마저 노조가 강하게 반발한다고 ‘단계적 구조조정’으로 적당히 덮고 말았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해외자원 개발 기능조정 또한 담당부처인 산업부에서조차 “이번 정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판국이다. 이러니 기능조정을 한들 동력이 생길 턱이 없다. 정부가 호들갑을 떨던 미세먼지 대책도, 군인연금 개혁 등도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입만 열면 개혁을 떠들던 정부가 무슨 개혁을 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정부도, 국회도 적기에 해야 할 정책과제를 이해조정이 어렵다고, 선거에 불리하다고 무작정 미루기 시작하면 국가 자체가 굴러가지 않는다. 추락하는 국가경쟁력에서도 나타나듯이 정부 정책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갈등은 더욱 증폭하는 양상이다. 국가의 기본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