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6] "장타보다 정타…페어웨이 잘 지켜야 아일랜드 퀸"
챔피언의 조건은…
박성현, 평균타수 1위…'송곳' 아이언샷
조정민 '위기탈출 달인'…리커버리율 1위
장하나, LPGA서 그린적중률 80%로 1위
벙커 54개·강풍…난코스·악천후도 변수
4개홀 페어웨이 좁아져…폭 20m짜리도
아일랜드CC에서 악조건을 뚫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려면 거리보다 정확성이 요구된다. 실수를 줄여야 타수를 지킬 수 있다. 실수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련함이 필요하다. 올 시즌 14개 대회에서 배출된 챔피언 10명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 ‘아일랜드 퀸’이 갖춰야 할 조건을 살펴봤다. ○거리보다 방향
해송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일랜드CC는 아름다운 만큼 치명적이다. 대회가 열리는 웨스트오션코스와 사우스오션코스에는 모두 54개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방향과 거리를 정교하게 잡지 않으면 벙커가 공을 삼켜버릴 수 있다. 장타(長打)보다는 정타(正打)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3번과 5번, 13번, 14번홀 등 4개홀은 작년보다 페어웨이 폭이 4m가량 좁아졌다. 가장 좁은 곳은 폭이 20m에 불과하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을 높여야 승부를 걸 수 있다.
올 시즌 4승의 ‘장타여왕’ 박성현(23·넵스)은 그린 적중률 1위(80.22%)로 아이언샷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121위(69.81%)로 낮은 건 약점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 강풍을 뚫고 준우승을 거뒀다. 바람과 난코스에 대한 공략법을 터득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올 시즌 2승을 수확한 장수연(22·롯데)은 그린 적중률(2위)과 페어웨이 안착률(14위) 모두 안정적이다. 제주도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그는 섬에서 강한 ‘섬녀’다. 장수연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정희원(25·파인테크닉스), 하민송(20·롯데)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아이언 퀸’ 이정민(24·비씨카드)과 지난해 신인왕 박지영(20·CJ오쇼핑)도 드라이브 비거리가 길고, 10번 중 8번은 페어웨이에 공을 올리는 정확성을 갖췄다. 올 시즌 우승 기록은 없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1~3위인 김지현(25·롯데) 최가람(24) 박결(20·NH투자증권)도 주목할 만한 선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올 시즌 2승을 챙긴 디펜딩 챔피언 장하나(24·비씨카드)도 세계 최강자들 사이에서 그린 적중률 1위(80.09%), 평균 타수 2위(69.78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 ‘0순위’다.
○실수를 만회하라
장하나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맑은 날씨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실수를 줄였기에 가능한 스코어였다. 그는 이 대회에서 86.11%의 그린 적중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높은 파세이브율(93.06%)로 타수를 지켰다. 그린에 샷을 올리지 못해도 끝내 파를 잡아냈다. 리커버리율이 80%였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달랏앳의 여왕’ 조정민(22·문영그룹)과 배선우(22·삼천리), 고진영(21·넵스) 등 세 명의 챔프가 눈길을 끈다. 세 명 모두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실수를 만회하는 노련함을 갖췄다. 조정민은 평균 퍼팅과 리커버리율이 KLPGA투어 선수 중 1위다. 벙커세이브율도 5위로, 올 시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 중 가장 높은 ‘위기 탈출의 달인’이다.
이어 배선우가 리커버리율 2위다. 고진영도 평균 타수와 평균 퍼팅, 리커버리율 모두 한 자릿수 순위를 기록하며 6경기 연속 ‘톱10’ 행진을 하고 있다.
○장마 시작…비바람에 적응하라
장마가 시작되면서 비바람이 부는 그린에 대한 적응 여부도 변수로 등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대회 기간 중 둘째날인 24일 비가 내릴 확률이 높다. 다른 날에는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구름이 많은 흐린 날이 예상된다. 지난주 장마 초입에 열린 한국여자오픈의 우승자 안시현(32·골든블루)은 높은 리커버리율(65.38%)과 함께 낮은 평균 퍼팅(29개)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비와 바람에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는 그린에서 스트로크 감각을 빨리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체력 부담도 이겨내야 할 숙제다. 6월은 ‘섬과 바다의 달’이다. 선수들은 이달 초 제주에서 2주 연속 대회에 참가한 뒤 서해안으로 이동했다. 인천에서 강한 바닷바람을 뚫고 한국여자오픈을 마친 선수들에게 바다를 접한 아일랜드CC가 기다리고 있다. 체력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132명의 참가자 중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선수가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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